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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P&P, 1.5년물 CP 발행...외화 단기차입 줄인다

강달러·고금리 영향으로 유전스 축소 결정, 만기장기화 효과도 기대

안정문 기자  2024-04-29 16:26:22
무림P&P가 만기가 1년을 넘어가는 장기 CP(기업어음)를 발행했다. 이번 장기 CP는 부담이 커진 외화 단기차입금의 규모를 줄이는 데 활용된다. 이는 부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을 줄이는 효과도 불러올 기대된다.

무림P&P는 실적 및 유동성이 악화된 가운데 금융비용은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29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무림P&P는 25일 200억원 규모의 1.5년물 CP를 찍었다. 최근 10년 기준 무림P&P가 만기 1년 이상 장기 CP를 발행한 사례는 없다.

무림P&P 관계자는 "운영자금 용도로 해당 CP를 발행했다"며 "세부 사용목적은 원자재를 사오는데 쓰는 6개월물 유전스(USANCE)의 차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달러, 높은 미국 기준금리 등을 고려해 유전스를 줄이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스는 기업이 해외에서 원재료 등을 매입할 때 사용하는 어음 가운데 하나다. 기업간 상거래에서 생긴 채무이기 때문에 매입채무와 비슷하다. 유전스는 재무제표에서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된다.

이어 "미국 기준금리와 환율이 낮아지게 되면 굳이 외화 차입을 줄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같은 목적으로 추가로 장기 CP를 발행할지 여부는 단정해서 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기 CP 발행은 높은 단기물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연결기준 무림P&P의 총차입금 규모는 7891억원이다. 2018년 5107억원, 2019년 5434억원, 2020년 6435억원, 2021년 6811억원, 2022년 7279억원으로 6년 동안 매년 늘어나고 있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의 합도 2019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4627억원까지 늘었다. 단기물 비중은 2018년 이후 계속 50%를 웃돌고 있다.

무림P&P가 금융비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외화 단기차입을 절감하는 건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무림P&P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7689억원, 영업이익 116억원, 순손실 21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은 0.67%, 영업이익은 83.0% 줄고 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유동성도 좋지 못한 편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023년 -1047억원이다. 별도기준으로도 2021년 -98억원, 2022년 -246억원, 2023년 -1179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매출 증가 및 제품/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해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졌다. 2023년에는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됐지만 보일러 교체 공사로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또다시 잉여현금흐름의 적자폭이 커졌다.

무림P&P는 2023년 5월 울산공장에 친환경 회수 보일러를 짓기 위해 28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림P&P는 펄프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료인 ‘흑액’을 전기, 스팀 등 재생 에너지로 전환해 종이 등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 회수 보일러는 흑액을 그린에너지로 바꿔 활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설비다.

투자를 통해 추가로 도입되는 신규 친환경 보일러는 최신 성능과 뛰어난 고효율성을 갖춰 기존 보일러 대비 약 2배 늘어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더 큰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기대되며 절감되는 에너지 비용은 연간 약 318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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