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의 지주사인 한솔홀딩스의 자산 규모가 점진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순수지주사인 만큼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실적을 토대로 현금성자산을 늘리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산 증대도 노려볼 수 있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 충족에 대한 부담은 낮은 상황이다.
◇지주비율 68% 안정권, 남은 건 자산규모 한솔홀딩스의 전신인 옛 한솔제지는 1965년 세한제지공업에서 출발했다. 지류 제조·판매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던 중 2015년 1월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현재의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제지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한솔제지에 넘기고 투자부문을 존속회사인 한솔홀딩스가 맡는 형태였다. 이후 한솔홀딩스는 별도의 사업을 가지지 않는 순수지주사인 만큼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회사 성과관리 등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한솔그룹은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50곳(상장 10곳, 비상장 40곳)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다만 한솔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중심으로 현재와 같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한솔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요건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일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기준은 자산이 5000억원이 넘고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인 회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솔홀딩스의 2021년 말 기준 지주비율은 68.74%며 자산총액은 4517억원 규모다. 공정위가 2022년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솔홀딩스의 경우 안정권에 있는 지주비율보다는 자산 규모 증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솔홀딩스의 자산규모가 관련 요건을 못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를 유지 중인 이유는 법의 개정 때문이다. 지난 2017년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의 시행으로 자산 요건이 기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다. 기업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기준 상향 이전에 지주사 설립과 전환을 마친 기업에 한해서는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기준일은 2027년 6월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솔홀딩스의 자산총계가 4567억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요건 충족은 기간 내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예기간이 4년 넘게 남았고 지난 2021년부터는 자산총액이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솔홀딩스 역시 내부적으로는 특별한 경영 또는 사업적인 리스크 등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요건 충족에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4600억 규모...조금씩 쌓이는 현금 한솔홀딩스는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2015년 말 만해도 자산총계가 6101억원 규모였다. 이듬해 역시 6272억원을 기록하며 당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자산 기준인 1000억원을 상회했다. 현재까지 6000억원 수준의 자산을 유지했다면 개정된 자산 요건 충족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산규모가 6000억원 미만으로 축소된 시기는 2017년이다. 자산총계는 4614억원으로 줄었고 그 이유는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이하 종속기업 장부가)' 하락이 컸다. 관련 자산의 경우 종속기업들의 장부가 증감의 합으로 결정된다. 2017년 말 기준 한솔홀딩스의 종속기업 장부가는 1558억원 규모였으며 이는 전년 3582억원 대비 57%나 줄어든 수치다.
이후 한솔홀딩스의 자산 규모는 4300억원 내외로 유지됐다. 사업 활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산의 증감만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21년 이후로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자산총액이 점진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4517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4567억원을 찍었다. 올해 1분기 현재는 4624억원까지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현금성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유동자산의 변동이 크지 않은 가운데 현금성자산은 2020년 말 기준 200억원에서 2022년 331억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타유동금융자산 역시 37억원에서 281억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한솔홀딩스는 순수지주사로 한솔브랜드의 사용자로부터 수취하는 상표사용수익과 경영자문수익, 자회사 등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 '회사채 발행' 가능성은? 한솔홀딩스의 자산 증가세가 유예기간 종료 시점인 2026년 7월까지 지속된다면 기준선인 5000억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약 4년인 가운데 부족한 금액이 433억원(2022년 말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에 따라서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채는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자산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구성되는 만큼 회사채를 발행해 부채의 비중을 늘리는 방법인 셈이다.
다만 회사채 발행의 경우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이 필요하다. 향후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인데 한솔홀딩스의 경우에는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솔홀딩스의 부채비율은 지주사 전환 이후 10%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체적인 사업이 없어 차입금 역시 많지 않다. 그 결과 2018년 말 이후로는 순차입금이 음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실제로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한솔홀딩스보다는 자회사들의 사업 지위와 재무안정성이 신용등급 등의 주요 결정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계열사의 주력인 제지사업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회사채를 발행하는 주체의 안전성 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솔홀딩스의 재무건전성은 강점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