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지난해 재무전략과 달리 올해는 자산유동화로 콘텐츠 제작에 86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외부 자금조달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자 비용효율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업 관련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CJ ENM의 최고재무책임자인 황득수 경영지원실장은 5월 4일 개최한 2023년 1분기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 하락으로 광고시장이 축소되는 등 사업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 회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존 중복된 조직운영을 핵심 RNR(Roll and Responsibility) 중심으로 통합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CJ ENM이 처한 위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3.7%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0.9% 감소한 949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5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CJ ENM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8600억원 가량을 투입했고 이를 위해 차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100% 이하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137.8%로 치솟았다. 2021년 말 88.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48.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 가운데 이번 컨퍼런스콜에서도 CJ ENM은 콘텐트 제작 투자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자금을 투입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차입을 늘리기는 힘든 만큼 자산유동화로 이를 충당하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CJ ENM의 현금흐름표에서 이자의 지급으로 유출된 자금은 97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0.2% 증가했다. 여기에 부채를 더욱 증가시킬 경우 이자부담 가중과 재무건전성 악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한 증권업계의 질의에 대해 황 경영지원실장은 "올해 2월에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투자 자산 등을 위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아이템을 마련했다"며 "현재 큰 금액은 아니지만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은 매각을 진행한 상태"라고 답했다.
자산유동화를 통해 유입된 자금을 기반으로 재무건전성을 재확보하는 동시에 콘텐츠 제작 투자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사업효율을 위한 구조조정·비용효율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재도약을 위해서는 그만큼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황 경영지원실장은 피프시즌(FIFTH SEASON)을 제외하고 지난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집행된 금액은 8600억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자체 플랫폼을 위한 투자가 7000억원이 넘고 OTT 자회사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1400~1500억원이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콘텐츠 제작 투자는 올해도 큰 변동 없이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중복되는 비용을 거둬내는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투자비가 소폭 증가할 수는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 사업은 제작 초기에서부터 방영이 될 때까지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 투자를 지속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