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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重 순현금 전환, HD현대重도 현금 증가 기대

삼호重 순차입금 -1511억원, 대량 수주·톱헤비 계약 덕분… HD현대重도 차례 다가와

강용규 기자  2023-04-28 15:19:18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공급자, 즉 조선사의 지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선박 건조계약의 행태도 인도대금이 큰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에서 선수금이 큰 톱헤비(Top-Heavy) 방식으로 점차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현대삼호중공업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 건조슬롯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HD현대중공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2년간 급증한 수주잔고의 소화 시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선박 건조자금 관련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은 2023년 1분기 말 개별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8768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개 분기만에 130.6% 급증했다.

잠정실적을 통해 현대삼호중공업의 단기금융상품 등 기타 현금성 예금자산과 유동성 장기차입금의 내역이 상세히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은 1분기 큰 폭의 현금 증가에 힘입어 보유 현금이 차입 총계를 1511억원 초과하는 순현금, 즉 실질적 무차입 상태에 진입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한국조선해양 IR 프레젠테이션)

현대삼호중공업의 현금 급증은 무엇보다 수주 호조 덕분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1~3월 누적 49억2900만달러어치 선박을 수주했다. 올해 수주목표 26억달러를 1분기에 이미 190%로 초과달성했다. 대량 수주에 따른 선수금의 대거 유입이 현금 보유량을 밀어올렸다.

여기에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의 실질적 무차입 전환과 관련해 "올해 수주물량 가운데 일부 톱헤비 방식으로 수주한 일감이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10년대 중후반 선박 발주 불황기를 거치며 글로벌 선박시장에서는 발주처인 선주사의 협상력이 조선사 대비 강력해졌다. 이는 선박 건조계약의 관행이 선수금을 적게 주는 헤비테일의 형태로 굳어지는 원인이 됐다. 이를 통해 선주사는 선박을 인도받기 이전의 부담을 완화한 반면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를 위해 자체 자금을 많이 투입해야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발주 호황에 힘입어 대량의 잔고를 축적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는 2022년 말 인도기준으로 조선부문 수주잔고가 496억1700만달러(66조5000억원가량)로 집계됐다. 같은 해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기준 매출이 17조302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8년치 일감이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에는 선주사들에 2026년을 넘어 2027년의 선박 건조 슬롯을 판매할 정도로 일감이 몰리고 있다. 조금이라도 선박을 빨리 인도받기 위해 선수금을 많이 주는 톱헤비 방식의 계약으로 조선사에 메리트를 주고자 하는 선주사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선사로서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자체 현금 지출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대형 선박 건조 자회사 2곳 중 현대삼호중공업은 상선 수주목표를 지난해 45억달러에서 올해 26억달러로 42% 낮췄다. 그만큼 선박 건조 슬롯의 여유가 줄었다는 의미다. 반면 이 기간 다른 한 곳인 HD현대중공업은 상선 수주목표를 69억5000만달러에서 70억달러로 오히려 소폭 높였다. 1분기 말 기준 목표 달성률은 20.9%로 아직 슬롯에 여유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여유가 줄어든 만큼 HD한국조선해양에 선박을 발주하고자 하는 선주사들은 자연히 HD현대중공업을 찾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1분기 중 현대삼호중공업이 누렸던 톱헤비 계약에 따른 현금 증가 효과를 곧 HD현대중공업이 누리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한국조선해양 IR 프레젠테이션)

HD현대중공업으로서는 선박 건조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현금 유입이 증가하는 만큼 긍정적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수주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40억9600만달러에서 2021년 108억4500만달러로 164.8% 급증했으며 2022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선박 수주와 실제 건조작업 개시의 시차를 고려하면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수주 선박의 건조를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 건조자금 투입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순현금흐름이 2021년 7621억원에서 2022년 712억원으로 90.7% 급감했다.

이 기간 재무활동으로 인한 순현금흐름은 -926억원에서 -9328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을 907.3% 더했다. 2021년 신주 발행 유상증자 방식의 상장을 통해 1조684억원을 확보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영업활동에서의 현금 순유입 감소와 재무활동에서의 현금 순유출 증가가 겹쳐 HD현대중공업의 현금 보유량은 2조1374억원에서 7441억원으로 1년 사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반면 2022년의 수주금액 증가를 고려하면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현금이 더 필요해질 공산이 크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누린 현금 증가효과가 HD현대중공업에서도 나타난다면 선박 건조대금 투입과 관련한 부담이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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