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은 2020년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던 사회적가치(SV) 평가지표를 고도화했고 외부 ESG 기관의 첫 평가측정도 이때 이뤄졌다.
이후 집단에너지 법인 분할, 중국 친환경소재 회사 인수 등 친환경 비즈니스 차원의 결정들이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SK케미칼의 환경(E) 평가 역시 매년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A'라는 높은 등급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2021년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립하며 ESG경영 체계 내재화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사회 다양성 확보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환경이 뒷받침한 통합등급 A+지난해 SK케미칼의 ESG 통합등급은 A+(한국ESG기준원·KCGS 기준)였다. 2020년 첫 등급평가를 받기 시작한 이후 2년 연속 등급을 올리며 최상위 평가라 할 수 있는 A+를 받았다. A+ 등급 위에 S등급이 있긴 하지만 S등급 평가를 받은 기업은 한곳도 없어 사실상 A+를 최고등급으로 평가한다.
SK케미칼의 통합등급 상향에는 환경 부문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A+를 받은 것이 주효했다. 2020년 첫 평가에서 B+를 받았던 환경부문은 2021년 A로 올라섰고 지난해는 A+까지 받으며 최고등급을 기록했다.
매년 환경부문이 한단계씩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동안 회사가 추진했던 친환경 사업재편이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에서 A로 올라섰던 2021년 SK케미칼은 전력·스팀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SK멀티유틸리티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집단에너지의 생산·수송·분배 등과 관련된 사업을 담당하는 곳으로, 사업 특성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SK케미칼은 SK멀티유틸리티의 자체적인 신재생에너지 사업 육성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해당 사업을 분할했다.
SK멀티유틸리 분할 안건은 이사회 논의에 앞서 당시 막 설립된 ESG위원회의 첫 심의 안건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SK멀티유틸리티 분할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SK케미칼의 SV 측정에도 반영돼 SV 환경성과의 마이너스(-) 요소인 '공정' 영역이 2020년 -580억원에서 -408억원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성과에 코폴리에스터를 중심으로 한 그린소재 사업 성과까지 더해지며 지난해 환경부문이 A+까지 상향된 것으로 분석된다.
◇추가 개선 여지 남은 이사회 구성통합 ESG 등급 A+인 SK케미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2021~2022년, 2년 연속 A등급을 받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개선점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추가 상승도 노려볼 수 있다.
SK케미칼은 2021년 이사회 내 ESG위원회 신설 이후 의사결정 과정에 ESG 검토결과를 넣도록 명시했고 인권경영, 생물다양성 정책 추진 방향 등을 수립하는 등 거버넌스 차원의 ESG 경영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만 여성 사외이사가 1명도 없는 것에 드러나듯이 이사회 다양성 측면에서는 보완할 점이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사외이사 독립성 가이드라인과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에는 양성 기회 평등의 원칙 반영, 국적·인종 등 기타 다양성 항목 고려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사외이사 전문성과 관련한 항목에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경험·지식을 비롯해 금융·경제·경영·법률·회계 등을 제시했다. 실제 SK케미칼 사외이사진을 살펴보면 경제(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경영(문성환 전 삼양사 대표), 세무(조홍희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회계(안양호 전 행정안전부 2차관)와 관련한 전문성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다양성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양성·국적·인종 등 다양성 항목은 사실상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문성환·조홍희 사외이사가 재선임되며 올해까지는 현 사외이사진이 변동 없이 그대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일이 가장 가까운 사외이사는 안양호 사외이사로, 안 사외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