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은 2021년 6월 기존에 이사회 내 위원회로 있던 경영위원회를 폐지하고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2005년부터 존재한 경영위원회를 폐지한 것은 사외이사에게 사전 경영심의 권한을 개방해 이사회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였다.
2021년 출범 첫해 조직 정비를 마친 ESG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분기별로 기본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참여 이사의 출석률도 끌어올렸다. 특히 회사의 중요 투자 계획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방향을 제시하며 이사회 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영 심의 물려받은 ESG위원회, 사외이사 참여SK케미칼 이사회는 2005년 3월 주요 경영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는 기구인 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당시 김창근 부회장, 홍지호 사장, 신승권 전무(의약사업부문 총괄) 등 등기임원 3명으로 구성돼 출범 첫해부터 회사채 발행, 차입, 임원 선임 등 굵직한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사내이사만으로 꾸려진 경영위원회는 지주사 체제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7년 지주사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분할된 이후 SK케미칼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경영위원회 등 이사회 내 위원회 구조를 그대로 가져갔다. 그 당시에도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 2인만이 참여하는 위원회였다.
2021년까지 유지되던 이러한 이사회 구조는 ESG위원회 신설로 변화하게 됐다. 친환경, 지배구조 투명화 등 사회의 ESG 요구가 커지며 SK케미칼은 ESG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해 경영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ESG위원회를 추가했다. 경영 전반의 ESG 사항을 사전에 심의하는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2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박정수 사외이사가 맡았다.
경영위원회 운영 당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위원회 개최 횟수를 꼽을 수 있다. 2017년 분할 출범 이후 경영위원회 개최는 2018년 6월 한번뿐이었으며, 분할 전으로 돌아가도 2010년 7월에야 개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ESG위원회의 경우 2021년 6월 출범 이후 분기별로 1회 이상씩은 회의를 여는 등 지난해 말까지 총 개최횟수가 8번이었다.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살펴보면 회사의 사업 전환을 위한 굵직한 안건들이 논의됐다.
2021년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사업 매각과 멀티유틸리티 사업 추진의 건 등을 사전 심의했고 지난해는 559억원 규모의 투자가 수반되는 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CHDM) 증설의 건을 가결했다.
◇리스크 심의기능 고도화SK케미칼 이사회는 ESG위원회의 리스크 심의·의결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내부 심의 기능 권한을 강화해 이사회 내 존재감을 높였다.
지난해 개정된 ESG위원회 규정을 살펴보면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ESG위원회 직무와 권한에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 실행·개선과 재무적·비재무적 리스크 및 기회에 대한 대응전략 검토를 추가했고, 위원회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 ESG위원회가 검토할 수 있다고 새롭게 명시했다.
실제 SK케미칼 이사회는 이후 투자 안건 심의에 있어 ESG위원회의 'ESG 검토결과 보고서'를 추가했다. 투자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환경·사회 관련 리스크를 사전·사후에 모니터링하는 절차를 넣은 것으로, 지난해 4월 있었던 CHDM 증설 투자 심의에서 해당 절차를 처음으로 밟았다. 이외에도 ESG위원회는 인권경영 추진방안, 생물다양성 정책 수립 등을 주제로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기준 ESG위원 3인의 출석률은 100%였다. 설립 첫해인 2021년에는 사내이사 몫으로 들어간 전광현 대표(현 SK디스커버리 대표)가 한차례 불참해 100% 출석률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위원 3인 전원이 5번의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진에 변화가 생기며 ESG위원회 구성도 일부 바뀌었다. SK디스커버리 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SK케미칼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게 된 전광현 대표가 빠지고 대신 SK케미칼 신임 대표인 안재현 사장이 ESG위원회에 들어갔다. 박정수·안양호 사외이사는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