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약진으로 계열사 신용등급에도 변동이 생겼다. 특히 현대캐피탈은 최근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현대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사채권(FB) 시장 내 '빅 이슈어'인만큼 향후 자금조달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현대차그룹 내 기아의 장기신용등급 역시 최근에 조정되면서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및 전망이 동일해졌다. 다만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의 경우 현대캐피탈과는 달리 현대자동차의 재무적 지원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등급 변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 신용평가사 3사, 현대캐피탈 신용등급 AA+로 일제히 조정지난 4일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A0,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한 노치(notch) 조정했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신호탄을 쏜 것은 나이스신용평가였다. 지난달 24일 'AA+,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달 3일 한국신용평가 역시 동일하게 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올 들어 현대캐피탈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동한지 두 달여만에 등급을 일제히 상향한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2019년 11월 신용등급이 'AA+'에서 'AA0'로 강등된 후 3년 4개월만에 AA+로 복귀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하락 영향이 컸다.
다만 2019년 11월 현대캐피탈과 함께 등급이 하향조정됐던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은 AA+를 회복하지 못했다. 현재 신용평가사 3사 모두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AA0,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아, 현대캐피탈이 모두 최근 'AA+, 안정적'으로 조정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 내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등급을 가른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모회사 지원 반영여부가 컸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캡티브(Captive·계열사 내부) 물량에 기반한 자동차금융 담당사로 현대카드에 비해 사업 연결고리가 강하다.
최근 현대캐피탈의 등급상향 평정 이유 등을 살펴보면 한국기업평가는 "그룹 전반의 지원여력 개선 및 그룹과의 결속력 강화로 현대자동차의 지원가능성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캡티브 금융사로서 현대차그룹과의 일체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카드 정기평가에서 "계열 통합 지원능력과 회사의 자체신용도가 근접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사시 계열사로부터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한 노치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비슷한 이유로 현대차의 재무적 지원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
◇ 현대캐피탈, 카드보다 끈끈한 지배력…사업연계성도 '강력'실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모두 현대차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지만 지배구조상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외에 다른 주주가 거의 없지만 현대카드의 경우 전략적투자자(SI) 등도 주주에 포함되어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가 59.68%, 기아 40.10%의 지분을 보유, 총 99.78%의 지분을 그룹이 가지고 있다. 1993년 현대자동차의 할부금융사업부가 독립해 만들어진만큼 사업 내 계열 의존도도 상당하다. 특히 2021년말 기아가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 매수로 지분율을 20.1%에서 40.1%로 끌어올리면서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평가받는다.
현대카드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36.96%, 현대커머셜 34.62%, 기아 6.4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에는 SI인 푸본금융그룹이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대만 푸본 상업은행(Taipei Fubon Commercial Bank Co., Ltd), 대만 푸본생명(Fubon Life Insurance Co., Ltd.)이 각각 9.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 외에도 사업에도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캐피탈의 영업자산 구성을 보면 자동차금융,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자동차금융 비중이 78.3%다. 캡티브 물량을 소화한다는 점을 감안하 자산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자금시장 경색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신인도에 기반한 국내·외 조달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유동성 지표가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2년말 단기차입금의존도는 3.8%이며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자산/부채는 139.5%다.
현대카드 역시 '현대'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지만 수익성 저하 등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2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1% 로 전년대비 0.4%포인트 떨어졌다. 알짜수익원인 자동차금융의 경우 일시불 결제를 현대카드가 맡고 할부결제는 현대캐피탈이 담당하고 있다.
카드의 영업자산은 카드자산, 할부금융자산, 리스자산, 대출채권 등으로 나뉘는데 카드자산 비중이 99.9%다. 또한 카드자산 내 결제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계차주 증가에 따른 카드대출 건전성 저하 위험을 관리하는데 긍정적이지만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