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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

김규식, SM 이사회 의장 선임…"주주 이해상충 방지"

정관 변경에 따른 조치, 사외이사 중 선출…카카오·하이브 등 주주 이익 제고

이지혜 기자  2023-04-04 08:15:18
SM엔터테인먼트가 김규식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거버넌스 개혁에 나섰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사외이사의 비중이나 이사회의 구조로 봤을 때 거버넌스가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를 쇄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변호사와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으로서 거버넌스 개혁에 힘을 실어줄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김 의장의 과제는 만만찮다. ‘주주이익을 위해 복무한다’는 원칙 아래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하이브, 일반 주주의 이해가 충돌하지 않도록 풀어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거버넌스 개혁안인 SM 3.0의 핵심이 주주가치 제고인 만큼, 누구 하나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세밀하게 의사를 조율하는 작업이 김 의장 체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규식, SM 첫 외부 출신 이사회 의장 선임

3일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규식 사외이사를 최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장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에 사외이사로 처음 합류했는데, 합류하자마자 키맨으로 부각됐다.


3월 31일 열린 제28기 정기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한 데 따른 조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정관 제38조를 개정해 ‘이사회 의장은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정관 변경에 따라 선임된 첫 사외이사 의장이 김 의장이라는 뜻이다.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더벨과 전화통화에서 “SM 3.0에 맞춰 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김 의장이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 가장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이사회 의장도 맡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공법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법무법인 제현에서 변호사로 활약했으며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금융감독원 법률고문으로 일한 바 있다.

2022년부터는 싱가포르의 Ternary Fund Management에서 헤지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한국과 미국의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도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김 의장에 대해 “변호사로서 다수의 주주행동주의펀드, ESG펀드를 10년 이상 자문했고 기업 거버넌스 관련 법 규정에 정통했다”며 “SM엔터테인먼트의 주요주주였던 브레인자산운용의 상근 법률고문도 지냈던 만큼 SM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성 저해 요소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전체 주주 이익 위해 복무”, 주주간 이해상충 방지 ‘과제’

김 의장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해 SM 3.0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제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주주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어서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두 회사는 각각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0.76%, 19.11% 보유하고 있으며 합산 지분은 39.87%다. 경영권을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쥔 셈이지만 이들의 이익만 앞세울 수 없다. 하이브가 아직 SM엔터테인먼트 지분 8.81%를 보유해 주요 주주에 올라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하이브 모두 똑같은 시장에서 비슷한 사업모델을 영위하기에 이해가 충돌하는 일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이 이런 충돌을 방지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다.

동시에 김 의장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도 핵심적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를 견제하는 일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선례도 없다. 지금껏 SM엔터테인먼트는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과소해 경영진 견제 장치가 약하고 최대주주였던 이 전 총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이사회는 이 전 총괄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첫 경영진이다.

김 의장은 더벨과 통화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제고한다는 대원칙 아래 SM 3.0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 받았다”며 “당장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는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자 사외이사를 5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종전 이사회가 사내이사 세 명에 사외이사 지창훈 전 사외이사 한 명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는 평가다. 사외이사의 상당수가 법조계 전문가로서 거버넌스와 법적 리스크를 방지하는 데 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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