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글라스가 '이사 보수한도액'을 두고 국민연금공단과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꾸준히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보수한도액 등이 과다하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관련 안건은 매년 주주총회에서 통과되고 있다.
다만 보수 관련 산정 기준은 바뀌고 있다. 성과급 기준을 조금씩은 손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KCC글라스가 국민연금의 의견을 일정 수준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연속 반대 사유는 정몽익 회장?KCC글라스는 이달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제4호 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정된 이사 보수한도액은 60억원이다. 보수한도액의 경우 지난 2020년 1월 KCC의 유리와 상재, 홈씨씨 부문의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후 같은 금액을 유지 중이다.
다만 국민연금은 이날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지난 2022년 정기 주총 이후 두 번째다. KCC글라스가 설립 후 처음으로 열린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액에 관한 반대가 25.69%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은 의사결정에 관한 상세한 이유는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외부에 밝히지 않는다. 대신 세부 기준을 공개한다. 이사 보수한도 등의 경우 실질지급액 대비 보수한도 수준과 경영성과 연계여부를 기준으로 정량판단을 실시한다. 이후 회사 소명 등을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린다. KCC글라스 역시 보수한도 수준과 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하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연금의 판단 기준과 KCC글라스의 이사 보수 등을 종합해보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정몽익 회장이 받은 실질지급액이 반대의 근거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이후 정 회장이 받은 보수가 이사 전체 보수지급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CC글라스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사 5명에게 41억8000만원을 실제 보수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중 83%인 34억8000만원은 정 회장이 받아 갔다. KCC글라스의 대표이사인 동시에 정 회장 다음으로 보수를 많이 받은 김내환 사장(약 5억원)과 비교할 경우 6.8배나 높은 금액이다.
2021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 회장이 받은 보수는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받은 금액으로 약 34억5000만원이다. 당시 이사 전원에게 지급한 총보수는 41억원으로 이중 정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다.
◇연기금 영향일까...성과급 기준 변경국민연금이 보유한 KCC글라스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2%다. 반면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율은 26.06%다. 그의 형인 정몽진 KCC 대표이사 회장이 확보한 8.56%까지 합할 경우 KCC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은 34.62%까지 늘어나게 된다. 국민연금이 지분만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식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통상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은 사업의 성장성 등을 일정 수준 인정받았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국민연금의 의견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에 KCC글라스 역시 국민연금의 의견을 보수 산정에 일정 수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이후 성과급 산정의 기준을 매년 수정하고 있어서다. KCC글라스는 기본적으로 당해년도 실적평가기준(기준 이익대비 달성)에 의한 성과 지급율을 산정한다. 이후 월 급여에서 정해진 비율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중 매년 기준이 바뀐 부분은 월 급여에 비례되는 수치다. 2020년의 경우 월 급여에 80%~400%가 성과급으로 지급됐다. 이듬해에는 80%~160%로 최대치가 약 240%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최대치는 200%로 소폭 증가했지만 최소치는 20%로 약 60%포인트 줄었다.
실제 정 회장의 경우 지난해 성과급에서 변화를 보였다. 2022년에 받은 성과급은 23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 줄어든 수치다. 산정 기준의 변화와 더불어 줄어든 수익성의 영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실제 KCC글라스는 지난해 개별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각각 2021년 대비 24%와 18% 감소한 1220억원과 963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