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지난해 자사주 매입, 배당 가용재원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자사주 매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책 발표 후 1년이 지나기 전에 목표 매입액 5000억원 중 40%가 소진됐다. ㈜LG는 자사주 매입을 마친 후 시장에 재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거나 미래 먹거리 발굴에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21~23일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에서 2024년 말까지 취득 예정인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시장에 재매각하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LG는 지난해 5월 보유 현금 1조9000억원 중 5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유통 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당 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지주사의 경우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NAV)를 크게 밑도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항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사주 취득이 할인율을 축소하는 데 일정 부분 일조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현재 ㈜LG의 NAV 할인율은 50%대 후반 수준으로 평가된다. ㈜LG는 지난해 5월 이후 현재까지 총 189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5000억원 중 37%가 소진됐다. 이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 안에 자사주 매입이 끝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후 자사주 매입이 계속되면 향후 NAV 할인율이 줄어들 전망이다. ㈜LG는 자사주 251만8650주(지분 1.6%, 23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LG는 비경상 이익까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쓰고 있다.
㈜LG는 2024년까지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면 이사회에서 자사주 활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LG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자사주 전액 소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주식 맞교환 등이 거론된다.
미국 등 주요국 기업 대부분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는 수순을 밟는다. 자사주 보유와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인다는 점에서 유사한 효과가 있지만, 소각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더 강력한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주가 상승은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최근 국내 지주사들도 자사주 소각을 채택하고 있다. SK㈜가 지난해 9월부터 오는 3월까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한다고 밝혔고, 삼성물산도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5년에 걸쳐 소각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13.2%), 우선주 15만9835주(9.8%)이다. 국내 주요 지주사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LG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를 주식 맞교환에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는 ㈜LG의 지분 41.7%를 보유하고 있다. ㈜LG 또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에 주식 맞교환에 나선다면 경영권 방어나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아닌 성장동력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늘려왔다.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미국 가상현실(VR) 기업 ‘어메이즈VR’과 AI 기업 ‘인월드AI’ 투자에 참여했다. ㈜LG는 이번 NDR에서 B2B 소프트웨어 같은 비제조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VC 투자를 넘어 유망 기업을 발굴하면 지분 투자를 통해 비상장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LG는 증시 불황으로 LG CNS의 상장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5월부터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아온 만큼, 시장이 회복되면 바로 상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G CNS는 ㈜LG의 비상장 자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9700억원, 영업이익은 3850억원으로, 5년 연속 성장하고 있다. ㈜LG가 보유한 LG CNS 지분은 50%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