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마일리지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항공사와 소비자의 인식 차이다. 항공 마일리지를 항공사가 제공하는 무상 서비스로 보느냐, 소비자의 재산으로 보느냐다. 모든 논란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번에 내놨던 개편안 역시 알고보면 간단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장거리 보너스 항공권을 받으려면 기존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를 써야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유한 마일리지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산가치 하락이다.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사들은 마일리지를 통해 구할 수 있는 항공권을 공식적으로 '보너스 항공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너스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자신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없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마일리지 좌석을 배정하는 방식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매우 인색한 편이다. 마일리지 좌석은 항공사들이 사전에 미리 배정한다. 항공사별로 과거 탑승 자료를 분석해 계절별, 요일별, 항공편별로 다르게 결정한다.
항공사들이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평균적으로 전체 좌석의 5~10% 정도를 보너스 항공권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기, 인기 노선은 더 낮고 비수기, 비인기 노선은 더 높은 식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한항공의 국제선 탑승률은 80% 수준이다. 평균 좌석 100개 중 20개는 빈 채로 항공기가 뜬다는 얘기인데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좌석은 100개 중 10개로 빈 좌석보다 적다.
항공사 입장에서 보너스 항공권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항공기 한 편당 수익 마지노선이 있기 때문에 보너스 항공권이 늘어나면 다른 일반 승객들의 운임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값을 내고 항공권을 구입하는 고객과 똑같은 대우를 해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할 때는 무료가 아니다. 그간 모은 마일리지를 주고 항공권을 산다고 인식한다. 마일리지가 일종의 결제수단, 즉 자산 혹은 재산이 되는 셈이다.
특히 항공사 마일리지는 크게 탑승 마일리지와 제휴 마일리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탑승 마일리지는 소비자의 이용 실적에 따라 항공사가 무상으로 지급하고 있는 형태다. 반면 제휴 마일리지는 카드사가 항공사에게 마일리지에 대한 대금을 미리 지급한다. 한마디로 항공사가 돈을 받고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판다. 돈이 오갔기 땜누에 명백하게 서비스가 아닌 재산으로 볼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 역시 마일리지의 역사만큼이나 해묵은 논쟁거리다. 2007년 이미 한국소비자원이 항공 마일리지를 상속·증여·양도가 가능한 재산권으로 인정한 바 있다. 특히 소비자는 카드를 사용할 때 마일리지 적립을 위해 다른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추가연회비 등을 부담하는 만큼 금전적 대가도 치룬다는 게 소비자원의 시각이다.
해외 역시 마찬가지다. 2006년 독일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공무로 얻은 비행기 마일리지 보너스를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줄줄이 사임하는 사태가 있었다. 당시 일부 정치인들이 이들에게 서한을 보내 마일리지를 개인적 용도로 썼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당 계좌에 입금하라고 촉구했다. 마일리지를 현금으로 본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항공사는 서비스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약관에 따르면 마일리지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거나 타인에게 양도 및 판매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망한 회원의 적립 마일리지 역시 상속되지 않고 자동 소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