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네덜란드 시나픽스사(Synaffix)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기술을 도입해 항암신약 개발에 나선다. 마지막 기술도입으로부터 5개월만의 신규 계약이며 신약 R&D 목적으로는 첫 계약이다. 회사는 2012년부터 외부 기술 도입을 시작했는데 늘 해외 기술을 들여오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종근당은 3일 공시를 통해 네덜란드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 기술을 총규모 1억3200만 달러(약 1640억원)에 기술도입한다고 밝혔다. 선급금 및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외부 기술도입 총 8건…모두 해외에서 L/I종근당은 2012년부터 라이선스인(L/I, 기술도입)을 해왔지만 대부분 완제의약품의 국내 독점 공급에 대한 내용 뿐이었다. 작년에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물질을 들여온 것을 기점으로 바이오 분야 외부 기술도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이점은 늘 해외에서 L/I를 해온다는 점이다. 국내에도 레고켐바이오, 피노바이오 등 제약사와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한 ADC 업체들이 있지만 종근당은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오며 기술계약 지평을 다변화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종근당과 시나픽스는 2019년부터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고 해당 내용이 기술계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계약의 주요 내용은 시나픽스의 '링커' 기술 확보였다. ADC(Antibody-drug conjugate)란 항체(Antibody)와 약물(Drug)을 링커(Linker)로 연결시키는 접합체(Conjugate)를 뜻한다. 약물이 표적위치(항원)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항체에 연결시킨다.
종근당은 오랫동안 합성신약을 다룬 전통제약사로 약물 합성 면에서 전문성이 있다. 더불어 자체개발한 항체도 보유하고 있어 미진한 부분이었던 링커 기술을 시나픽스에서 도입했다. 종근당이 자체개발한 항체를 시나팩스의 ADC 링커 플랫폼에 얹어 신약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 기술은 항체에 정확한 숫자의 약물을 정확한 위치에 접합시키는 위치특이적 결합법(site-specific conjugation)으로 알려졌다. 타 기술의 경우 항체 변형이 필요한 반면 시나픽스의 기술은 기존에 발굴한 항체를 변형없이 ADC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라드 가수가 아이돌 노래 부른다"…제약사의 신약 R&D 투지한편 업계에서는 종근당의 ADC 진출에 대해 "발라드 가수가 아이돌 곡을 부르는 것 같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은 완제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내용이던 전통제약기업이다. 이제껏 자체개발한 신약 3종은 모두 합성신약이다. 2004년 소세포폐암 항암제 '캄토벨', 2014년 당뇨병치료제 '듀비에', 2022년 위염치료제 '지텍'을 각각 허가 받았다. 현재는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를 임상 1상 완료했다.
회사는 신약개발 방면으로도 R&D를 키워가며 체질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08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으며 이중항암항체 신약 'CKD-702'를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영업익이 늘어나는 것은 회사 R&D에도 호재다. 매년 매출액의 10% 남짓을 연구개발비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2022년 매출액이 1조4883억원으로 전년대비 10.8%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1099억원으로 16%, 순이익은 799억원으로 88.8% 증가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ADC 항암제 적응증은 아직 공개 불가"라며 "해외사만 타깃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종근당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되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