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자산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순자산가치보다 웃돈을 얹어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권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또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손상검사는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권 현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화장품 ODM 업체 코스맥스의 미국법인 손상차손 리스크가 현실화 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누월드(NU-WORLD) 영업적자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경영 효율화 일환으로 이뤄진 오하이오 공장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역시 2022년 연말 회계에 일부 반영될 전망이다.
코스맥스는 2022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가 1조5045억원으로 전년 말 1조4119억원 대비 926억원(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권이 포함된 무형자산은 503억원에서 556억원으로 53억원 늘었다.
코스맥스의 영업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2017년 인수한 누월드다. 코스맥스는 2013년 로레알그룹으로부터 미국 오하이오 로레알 솔론 공장(코스맥스USA) 인수를 시작으로 미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2017년 특수목적법인 코스맥스WEST를 세운 데 이어 현지 색조화장품 제조사 누월드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약 5000만달러로 당시 한화 558억원 규모였다.
당시 코스맥스는 누월드 인수를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 비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7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맥스가 계상한 장부상 영업권은 831억원이다. 여기에 2017년 3분기 7억원을 빼면 누월드 영업권으로 825억원을 계상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권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영업 네트워크와 경영 노하우 등을 인정해 실제 가치에 웃돈을 지급하는 프리미엄이다. 당시 누월드의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 26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코스맥스는 누월드의 미래 현금창출 능력을 크게 봤다.
하지만 실제 누월드의 현금창출 능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누월드는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코스맥스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쳤다. 누월드의 순손실 규모는 2018년 55억원에서 2019년 118억원, 2020년 374억원, 2021년 459억원으로 커졌다.
코스맥스는 매년 손상차손을 통해 누월드 영업권 규모를 줄여왔다. 영업권은 현금 회수가능액이 낮아질 경우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는데 이 때 손상된 영업권 규모만큼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을 잠식한다. 코스맥스는 누월드 영업권에 대해 2019년 446억원, 2020년 159억원 등 2년간 605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2021년 말 누월드 영업권은 300억원이다.
2022년에도 손상차손 리스크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이긴 했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손손실 규모가 3분기 누적 272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에도 100억원 규모의 손상차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맥스는 미국 법인 통폐합을 통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중으로 오하이오에 위치한 공장을 철수하고 뉴저지에 있는 누월드 공장과 합치기로 했다.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 비용을 줄여 경영 효율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손익분기점을 낮춰 현금창출능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현재 뉴저지 공장과 오하이오 공장 통합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는 누월드 손익분기점 조정 등 경영효율화 작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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