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현대건설기계가 올해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영업현금흐름 창출 규모가 일정하지 않아 현금으로 상환할 경우 유동성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최근 3년 사이 보유 현금을 사용해 차입금을 줄이는 추세인만큼 재무 수장인 배연주 전무가 펼칠 자금 운용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만기 도래 사채, 보유 현금 절반 수준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총 2300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이하 단기금융자산 포함)이 488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현금 보유량은 옛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된 2017년 말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수준이다. 물론 해당 기간 동안 차입금이 함께 줄어든 점은 고무적이다. 작년 말 총차입금은 9632억원으로 2021년 1조2612억원과 비교해 24% 완화됐다.
차입 부담이 크진 않지만 만기 구조가 짧은 상태다. 따라서 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기보단 조달 불확실성에 대비할 개연성도 언급된다. 사채를 제외하고 올해 9월 말 이전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도 6084억원이 대기 중이다.
배 전무는 자본시장과 소통 창구를 열어 둔 만큼 사채 차환 발행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는 2020년 12월 재무전담 임원으로 부임하고 이듬해 공모 형식으로 10회차 회사채를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부임 전에 사모 형태로 발행된 8~9회차 사채 대비 이자비용도 낮췄다.
다만 차환에 나설 경우 이자비용 상승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 이자율은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 낮은 2% 후반대에 형성돼 있으며 가장 높은 금리가 3.97%정도다. 8일 기준 현대건설기계와 동일한 신용등급(A-)의 3년물 회사채 민평 금리는 5%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보유 자금과 금융권 차입 등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현 시점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흑자·적자 반복
현대건설기계는 영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큰 편이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사업 특성상 운전자본에 잠기는 탓에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일정하지 않은 영항이 컸다.
실제로 2021년에는 영업현금흐름이 전년 대비 88% 증가한 282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품과 원재료 보유를 늘리는 등 운전자본투자가 증가해 NCF는 -1960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THE CFO에 따르면 2017년 분할 출범 이후 2020년 한 해를 제외하면 모두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9월 말까지 FCF는 2078억원을 달성했지만 4분기에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만큼 FCF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022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5% 감소한 994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일정하지 않은 영업현금흐름에도 차입금을 줄여나가면서 커버리지 지표는 개선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는 2.7배를 기록 중이다. 2021년 말에 3.7배였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배 전무는 앞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을 개선해 꾸준히 차입금 감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력 사업인 건설기계, 산업차량, 부품 등 전 부문에서 매출이 고르게 성장한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다. 중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와 신흥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한 덕분이다. 올해는 수익성 높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재료비 절감 등을 통해 영업이익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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