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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 현대오토에버, 제한적·보수적인 가이던스

지난해 매출목표 4000억 초과달성, 오차율 20%…CEO 직속 IR팀 전담

고진영 기자  2023-02-06 15:37:18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외형 성장세와 비교해 현대오토에버의 IR 숙련도는 걸음마 단계다. 2년 전 합병으로 사업기반을 확장하면서 처음 가이던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최소한의 정보인 매출 전망만을 제시하고 있다. 가이던스에선 정확성보다는 신중함이 엿보인다. 매번 목표를 뛰어넘었는데 올해 역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매출-목표' 20% 간극…연초 후 가이던스 조정 無

현대오토에버가 첫 가이던스를 공개한 것은 2021년 7월이다. 그해 4월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흡수합병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현대오토에버는 서정식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하는 CEO Investor Day(인베스터 데이)를 열어 중장기 매출과 투자목표를 공개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써냈던 예상치를 보면 2026년 연결 매출 목표가 3조6000억원, CAGR(연평균성장률)은 12%였다. 2021~2026년까지 6년간의 누적 투자액으론 1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중 연구개발(R&D)투자가 9000억원, 나머지가 사업 및 경상투자다.

이밖에도 매출대비 총투자 비율을 2020년 1%대에서 2026년 5%까지 늘리고 인원 규모를 2021년 5300명에서 2026년 7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런 내용은 ‘장래사업·경영계획’을 통해서도 공시됐다.


하지만 중장기 목표가 아닌 연간 실적에 대해선 제시하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2022년 이후 ‘연결재무제표기준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통해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의 항목 중 매출 목표만 채워넣는다. 현대오토에버는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예측의 어려움이 있어 영업이익 전망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이던스와 실적과의 간극도 상당한 편이다. 2021년의 경우 연간 매출 전망치가 2조원, 실제 매출론 2조704억원을 올려 목표를 넘겼고 오차율은 3.5% 정도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엔 오차율이 20%에 가까운 수치로 크게 벌어졌다. 매출 목표인 2조3000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많은 2조75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가이던스는 정확할수록 이상적이다. 주주의 실적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제공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전망치를 초과 달성했다고 해서 꼭 좋은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연초에 가이던스를 내놓은 뒤론 다음 해가 될 때까지 이를 조정하지 않다 보니 오차율을 최소화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룹 대표 계열사인 현대자동차는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가이던스를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분기별로 조정하는 회사들도 있다.

◇올해도 보수적 전망…CFO 산하에서 벗어난 IR 조직

올해의 경우 현대오토에버는 연간 매출 규모로 2조8800억원을 예상했다. 작년 전망치보다 25% 많지만 작년 실적과 비교해선 4.6%를 올려잡은 데 그쳤다. 업계에서 내년 매출 3조원을 무난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조심스러운 전망치다.

실제 현대오토에버는 합병 이후 그룹 내부물량에 기반해서 실적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합병 전인 2020년 매출이 1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1조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공격적 전망을 냈다가 자칫 미달하기보다는 기대를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실적이 잘 나온 데 따른 역기저효과, 올해 경기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서 가이던스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 같다”며 “올해 SI(System Integration)부분이나 ITO(IT Outsourcing)부문은 성장이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차량용 소프트웨어부문이 빠르게 크고 있기 때문에 실적 우상향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오토에버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특징은 IR팀이 CEO 직속이라는 점이다. 현대차가 먼저 2019년 말 IR팀을 CEO 직속으로 바꿨고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도 CEO 밑으로 IR팀을 이동했다. 현재 IR팀은 박정석 팀장이 이끌고 있으며 바로 위에 서정식 대표가 있다. 조직도상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보통 IR팀을 CFO가 담당하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IR이나 가이던스 관련 업무는 IR팀이 메인 담당조직이지만 필요한 경우 다른 부서와 협업하고 있다”며 “가이던스 설정 등에 있어서도 CFO 조직인 기획재경사업부가 관여한다”고 말했다.

서정식 대표는 2021년 CEO 인베스터 데이 당시에도 사업전략 발표 이후 30분에 달하는 Q&A(질문과답변)을 애널리스트와 직접 진행했다. KT 출신의 클라우드 전문가로 2018년 현대차 ICT본부장으로 합류, 2021년 현대오토이사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CFO로서 서 대표를 보좌하는 황경원 본부장은 약 18년 전인 2005년에도 현대오토에버에서 재무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후 2014년 현대엠엔소프트에서 재경팀과 전략지원실 등을 거쳤다. 2021년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면서 친정에 복귀했다. 현재 기획재경사업부장으로 전략기획과 재경 업무를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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