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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흑자' 가이던스 제시한 삼성중공업

①8년간의 영업 적자 고리 끊고, 올해 이익 2000억 예상...2014년 이후 첫 이익 전망

양도웅 기자  2023-02-01 16: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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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가이던스는 단순한 실적 전망이 아니다. 올 한해 구체적인 실적 목표치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기업과 임직원들에 무거운 책임과 부담을 안긴다. 간혹 몇몇 기업에서 가이던스 범위를 축소하거나 가이던스 자체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책임과 부담에서 자유롭기 위함이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부터 매년 가이던스를 발표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매출과 수주를 전망했고, 2014년과 2015년에는 매출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밝혔다. 2017년과 2018년에는 매출과 수주, 영업이익으로 가이던스 범위를 넓혔으나 2019년과 2020년에는 매출과 수주만 밝히는 정도로 범위를 축소했다.

2021년에 다시 가이던스 범위에 영업이익을 넣었지만 2022년에 다시 영업이익을 제외했다. 그리고 최근 공시한 가이던스에 영업이익을 다시 포함시켰다. 올해 삼성중공업은 매출 8조원, 수주 95억달러(11조7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올해 가이던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영업이익 2000억원'이다. 가이던스를 발표한 이래 삼성중공업이 영업 부문에서 '흑자'를 전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14년 영업이익이 아닌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밝힐 때 2000억원을 전망한 적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삼아도 9년만에 흑자를 제시한 것이다.

영업이익 2000억원은 최근 10년래 영업이익이 가장 컸던 2012년(1조2056억원)과 비교하면 분명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영업 부문이 적자였던 점까지 고려하면 영업이익 2000억원이라는 가이던스의 무게감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출처=삼성중공업 실적전망 공시)

관건은 역시 실제 달성할 수 있는가다. 일단 턴어라운드를 위한 채비는 마쳤다. 지난해 4분기에 루비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리비 약 300억원과 외주업체 인건비 및 원가 인상분 2700억여원 등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실적을 헤치는 요소를 미리 제거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물량이 늘어나면서 외주비와 인건비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잔여 수주물량에 대한 원가 상승 예상분을 일시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일회성 비용이다"라고 전했다. 올해도 관련 비용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LNG선 등 상선 수주 규모는 줄 것으로 예상되나, 해양 플랜트 수주 증가로 이를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치인 95억달러는 지난해 실제 수주액인 94억달러와 비슷하다. 지난해 수주액은 회사가 연초에 밝힌 가이던스를 웃도는 규모였다.

아울러 올해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생산 비중이 80% 이상 확대되는 점도 회사가 영업 요인이다.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오랫동안 실적을 갉아먹은 '저가 수주'와는 관련이 없다. 이러한 점들 덕분에 삼성중공업은 당장 올해 1분기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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