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발주의 슈퍼사이클을 통해 막대한 수주잔고를 쌓았다. 이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될 시점이 왔다. 조선사는 자체 자금으로 배를 짓는 만큼 유동성이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사들이 잔고를 실적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더벨이 점검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조선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 유일하게 연초 대비 현금이 늘어난 조선사다.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현금 유출을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업보다 재무에 기대는 유동성 확보 전략이 고금리 시대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흑자전환 이전까지 이자발생부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눈앞의 과제일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이 93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20%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 순수한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놓고 보면 5712억원에서 8272억원으로 오히려 45%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분기 -1995억원, 2분기 -1173억원, 3분기 -1조159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3분기 현금 유출이 도드라졌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2분기 대비 3분기의 현금 순유출을 882억원으로 억제했다. 재무활동에서 8382억원, 투자활동에서 2371억원의 플러스 현금흐름이 발생한 덕분이다. 영업에서 새는 유동성을 재무라인이 틀어막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유동성 위기가 임박해 올 때마다 재무적 활동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2016년 3월의 자산 재평가를 통한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같은 해 11월의 1차 유상증자, 2018년 5월의 2차 유상증자, 2021년 11월의 3차 유상증자 등이 있었다.
근 1년의 사례만 보면 2021년 11월의 3차 유상증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대 1 무상감자, 5분의 1 액면분할이 동시에 진행됐다. 삼성중공업은 이렇게 확보한 유동성을 부채 상환에 투입하면서 그 해 3분기 말 4조1360억원에 이르렀던 이자발생부채를 4분기 말 2조2723억원까지 줄였다.
올해 5월에는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재고 드릴십 4기를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조400억원에 판매했다. 특이한 점은 이 합자회사에 삼성중공업도 590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물건을 파는 기업이 사는 집단에도 소속돼 있는 기발한 구조의 딜을 통해 삼성중공업은 4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심지어 재고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의 소유 당시 몇 년 동안이나 팔리지 않다 최근 1척의 판매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매각에 진전을 보이는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합자회사의 후순위 투자자로 당장은 수익금을 기대하기 쉽지 않으나 모든 드릴십이 매각된 뒤에는 출자금의 회수를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3분기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활동에서의 현금유출을 만회하기 위해 재무 분야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재무활동을 통해 8382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한 반대급부로 직전 3개 분기동안 2조원 초반대로 억제해 왔던 이자발생부채가 3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삼성중공업으로서는 본격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들어서기 전까지 이자부담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다만 회사 측에서는 △2021년부터 대거 수주한 일감의 건조작업 본격화와 그에 따른 매출 상승 △유무상증자 등 재무구조 개선활동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수주와 같은 사업 다변화 등의 효과가 2023년 본격화하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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