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1분기 원자재 관련 충당금을 떠안았으나 러시아 프로젝트 관련 충당금을 피해가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러시아 리스크를 잘 관리했다기보다는 리스크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흑자전환의 목표를 내걸고 있는 만큼 러시아 리스크의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4838억원, 영업손실 949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5.8% 줄었지만 적자 규모도 81.3%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분 800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 가운데 1분기 원자재 관련 충당금을 잡지 않은 곳은 없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원자재 관련 충당금을 피해갈 수 없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업계 시선은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선박과 관련한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데 쏠린다.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되는 금융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대금 수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보유한 러시아 관련 수주잔고는 8조 원 규모였으며 이 가운데 5조원가량이 삼성중공업의 몫이었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는 러시아 프로젝트와 관련해 233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는데 러시아 비중이 가장 큰 삼성중공업이 충당금을 잡지 않은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은 제재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없으나 제재가 길어진다면 입금이 늦어져 공정이 지연될 우려는 있다”면서도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는 공정을 진행한 부분보다 선수금으로 수취한 부분이 더 크기 때문에 자금적으로 미회수 채권이 발생하는 등의 리스크는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설명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에서 수주한 물량은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으며 2020년 수주한 LNG운반선 10척은 설계 단계를 지나고 있어 생산에 투입되지 않았다. 아직은 충당금을 설정해야 할 리스크가 현실화하지 않은 셈이다.
물론 2020년 수주한 LNG운반선의 생산 투입이 시작되고 러시아를 향한 금융제재가 장기화하면 삼성중공업도 대금 수취 리스크를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공정이 심하게 지연되거나 계약이 취소될 경우 다른 수주 프로젝트를 통해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준비해 뒀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7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2021년 높은 선가로 수주한 물량의 작업을 본격화하는 2023년을 흑자전환의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2021년 수주금액 122억달러 가운데 러시아에서 수주한 셔틀탱커와 LNG운반선이 25억달러어치 존재하는 만큼 삼성중공업에게 러시아 리스크 관리는 장기 과제다.
다만 러시아 리스크가 현실화할 때 삼성중공업이 대체 프로젝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시장에서 LNG운반선의 수요가 꾸준히 높은 모습을 보이고 때문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 LNG운반선(17만4000㎡ 기준)은 1척 건조가격이 2억2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00만달러, 전년 동기보다 3600만달러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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