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는 건설업종 상장 이슈와 관련해 올해 시장 주목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다. 내부적으로 밸류에이션 최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에 그다지 익숙지 않은 '친환경' 기업이란 점을 적극 어필하는 쪽으로 전략을 맞췄기 때문이다. 상장 전략 자체를 본연의 건설업과 거리를 두는 쪽으로 짰다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공모사례와 거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 '정공법'으로 승부를 내려고 하다가 상장에 실패했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IPO 추진을 알린 지난해부터 친환경·에너지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미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이종업종으로 시프트가 이뤄졌다. 올해 건설사 중 유일한 상장시장 진입 기업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는 배경이다.
◇건설 본업 매력 저하, EMC홀딩스·테스 인수 '사업모델 단기혁신'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공모 당시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제시하긴 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 과정에선 설계회사(Design Firm)와 시공업체(Contractor)를 주축으로 피어그룹을 뽑았다. 건설 본업 역량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글로벌 설계업체를 대거 편입한 결과 할인전 평가 시가총액은 7조원대로 산정받을 수 있었다. 공모 시가총액 4조6000억~6조원으로 시장에 나섰다가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건설 본업만으로는 더이상 IPO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기도 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4조원대인 현대건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23년 잠정실적 기준으로 8배로 나타났다. GS건설은 4.64배 수준이었고 삼성엔지니어링은 9.19배로 모두 10배를 하회했다.
SK에코플랜트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 이미지를 빼는데 주력하고 있다. 상장 추진과정에서 '건설'을 강조해서 득이 될게 없기 때문이다.
에쿼티 스토리 역시 환경과 에너지를 키워드로 삼았다. 기존 건설업의 틀을 깨고 환경(업스트림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확장), 에너지(그린수소 밸류체인 완성), 솔루션(안정적 수익 창출)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EMC홀딩스(1조2000억원), 테스(1조500억원) 인수로 신사업 역량을 단기간에 높이기도 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블룸에너지 보유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올려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장 선점에 나섰다. 블룸에너지 시가총액은 5조7000억원을 웃돈다. 적자기업이지만 성장성이 높아 현대건설 시가총액(4조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유력 피어그룹 '웨이스트' PER 28배, 블룸에너지·플러그파워 '성장가도'글로벌 시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주력으로 삼은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는 점은 상당한 호재로 읽힌다. 북미 폐기물 처리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M)는 주가수익비율(PER)이 28배를 웃돌았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78조원대로 최근 5년간 주가는 우상향하고 있는 추세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단순 폐기물에서 나아가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분야로 특화한 점이 차별화되고 있다. 회사가 인수한 테스(TES)를 통해 IT·전기차 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선점에 나섰다.
향후 성장성을 놓고보면 블룸에너지(BE)나 플러그파워(PLUG)도 미래 수익을 가정해 피어그룹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 둘다 적자기업이긴 하지만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주목받았던 시점에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신사업 중에선 신재생에너지가 클라우드, 메타버스, 인공지능 대비 큰 시장인 데다가 성장 진입기에 있다는 점도 매력을 높이고 있다. 금리인상, 긴축정책과 같은 대외적인 이슈가 걷히면 글로벌 시장 유동성이 집중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회사의 장외 시가총액은 2조원대다. 지난해 1조원의 상장전 지분투자(프리 IPO) 당시 밸류에이션은 4조원 안팎이 적용됐다. 기업가치(EV) 상으로 2020년 7000억원 수준에서 프리 IPO를 통해 5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계 주관사 선정, 해외 투자자 러브콜 '촉각'SK에코플랜트가 주관사단에 외국계 증권사를 다수 편입시킨 점도 글로벌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표 주관사 세곳(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중 두 곳을 외국계로 선정했다. 국내 '빅3'로 통하는 NH투자증권도 해외 IR 능력을 활용해 자금유치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국내 2곳(미래에셋, KB증권), 외국계 1곳(골드만삭스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나머지를 국내 인수단으로 꾸렸다.
사내 IPO 업무 총괄은 가치혁신담당 조직이 맡고 있다. 임성주 가치혁신담당임원이 이끌고 있다. 글로벌 종합환경기업, 글로벌 연료전지 사업자, 국내 톱 10 종합건설업체, 그린 디벨로퍼를 목표로 제시했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현해 글로벌 순환경제의 완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보다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