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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신세계

CAPEX 축소 '투자 완급' 조절 스타트

백화점 보완 투자 등 보수적 관리, 신사업 발굴 'M&A' 만지작

박규석 기자  2023-01-16 16:1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신세계가 투자 완급 조절에 나선다. 그동안 백화점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시설 투자와 지분 인수 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앞선 활동에 대한 보완 투자에 집중한다. CAPEX(자본적지출) 축소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1955년 12월 동화백화점으로 설립된 ㈜신세계는 이마트와 함께 신세계그룹을 이끄는 두 개의 중심축 중 하나다. 이마트가 대형 마트 등에 집중한다면 ㈜신세계는 백화점과 호텔, 면세, 패션·화장품 등의 사업을 주도한다. 2022년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18.56%를 보유한 정유경 총괄사장이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신세계와 이마트는 최근 5년 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두 회사가 그룹의 성장 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신사업 진출과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이 핵심이었다. 이마트가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신사업 발굴에 집중했다면 ㈜신세계는 백화점 점포 확대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모았다.


◇1.3조 투입 '선택과 집중' 투자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식 투자는 2016년을 전후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의 경우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는 시기였다. 오너 2세인 정유경 총괄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회사의 외형 확장과 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2014년 이전까지 평균 4400억원 규모였던 CAPEX는 2015년 6295억원까지 증가했고 이듬해에는 800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한 해에만 강남점·센텀시티점 증축을 비롯해 시내면세점과 김해점, 하남점, 동대구점 개점 등이 이뤄졌다.

이후로도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한 ㈜신세계의 확장은 계속됐다. 2018년 1월과 2020년 9월에 각각 1월 1837억원과 2284억원을 투입해 가구기업 까사미와 광주신세계 지분을 확보했다. 2021년 8월에는 대전 A&S점 오픈을 위해 6500억원의 자금이 사용됐고 지난해 3월에는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매입을 위해 2255억원이 투입됐다. 2015년 이후 기업 지분 인수 등 굵직한 투자로 사용된 자금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실탄은 기존에 보유했던 자산을 유동화해 확보했다. 2015년의 경우 삼성생명과 하남 유니온스퀘어의 지분을 매각해 각각 2800억원과 204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7년 신세계프라퍼티 지분 매각으로 978억원을 추가로 확보했고 2019년에는 계열사인 신세계디에프의 임차보증금을 유동화해 2600억원을 손에 쥐었다.

앞으로도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활동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는 2027년 오픈 예정인 수서 복합환승센터 내 백화점을 필두로 광주 증축, 울산, 송도 등 새로운 점포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점포 리뉴얼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실탄을 축적하는 게 자금 관리 등의 측면에서 효율적인 상황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SC제일은행 제일지점 건물과 강남점 내 과거 면세점이 활용했던 공간에 대한 백화점 매장화 작업도 진행된다. 더불어 경기점, 센텀시티점 등 리뉴얼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에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센텀시티점은 새로운 쇼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올해 상반기 중 지하 2층과 지상 2층 규모로 지역 최대 영패션·해외유명브랜드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표다.


◇대규모 투자 휴식 '실탄' 모은다

올해의 경우 ㈜신세계는 계획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한 실탄 마련 등 제무건전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 이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된 만큼 우선은 CAPEX 축소와 현금 확보 등과 같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선행할 예정이다.

CAPEX 축소 차원에서는 백화점 점포(강남점, 경기점 등)에 대한 보완 투자를 중심으로 보수적인 집행을 지속할 방침이다. 경상적인 자금 소요를 줄여 재무건전성의 부담을 줄이는 게 목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세계의 CAPEX는 2852억원 규모며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의 순증은 2946억원 수준이다.

현금성자산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 기조 유지에 힘쓸 예정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명품과 리빙 등 고가품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세를 적극 활용하는 게 골자다. 실제 2021년 백화점 부문 총매출은 살아난 소비 수요와 2021년 8월 대전점 오픈과 9월 광주신세계 편입 효과 등과 맞물려 전년 대비 28.1% 증가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재무관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신사업 발굴과 확장에 필요한 계획을 정지한 것은 아니다.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이 나올 경우 M&A 등을 통한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 : 연결기준>

㈜신세계의 이러한 의지는 2022년 10월에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이번 인사에서 ㈜신세계 최고재무책임자(CFO·지원본부장)를 재무 출신이 아닌 M&A 전문가로 교체했다. 새롭게 CFO 자리에 오른 홍승오 전무는 1968년생으로 1993년 LG화학을 거쳐 2001년 딜로이트컨설팅 뉴욕사무소, 2003년 CJ그룹 회장실에서 부장을 지냈다.

이후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에서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원이 됐다. 2010년에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기획팀 상무, 2020년 맥쿼리자산운용 선임 ADT 캡스 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M&A 전문가로 평가되는 이유다.

㈜신세계가 수년 전부터 기업 M&A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홍 전무의 영입은 관련 작업의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 2021년 초 보툴리눔톡신 기업 휴젤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이를 철회했다. 이후 갤러리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옥션 인수를 타진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향후 주력 백화점 점포에 대한 보완투자를 중심으로 CAPEX가 보수적으로 집행돼 경상적인 자금 소요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며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력과 양질의 유형자산을 활용한 유동화 여력 등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인 재무건전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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