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가 10%를 상회하는 매출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했고 시장이 기지개를 펼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데 따른 것이다.
LF는 2022년 9월 누적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8972억원, 45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순이익은 1023억원이다. 관계기업 투자주식인 '코람코오천프로젝트 금융투자' 매각을 종료하고 230억원의 기타 영업외 수익을 인식하며 순이익 규모가 커졌다.
전년(2021) 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2%, 25.8% 증가했다. 순이익은 5.1% 감소해 비슷했다.
외형 확대 등 실적 호조에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유출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말 누적 마이너스(-) 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는 412억원의 순유입이 일어났다. 1000억원대의 비슷한 순이익 실현에도 불구하고 630억원 이상의 현금흐름 차이를 나타낸 셈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이익에서 출발해 감가상각비 등 현금 지출이 없는 항목을 조정하고 자산·부채의 변동을 가감해 계산한다.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나며 현금흐름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묶여 있는 돈을 의미하는 운전자본은 현금흐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순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은 2021년 9월 말 2772억원에서 작년 9월 말 3618억원으로 증가했다.
우선 매출채권 증가로 77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은 외상으로 기록한 매출이다. 손익계산서상 매출에 계상되지만 실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15%가량 매출이 늘어나면서 매출채권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1075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작년 9월 말 재고자산은 장부가 기준 3442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11억원 증가했다. 재고자산 중 상품과 제품이 각각 755억원, 272억원 늘었다. LF의 재고는 '헤지스', '닥스' 브랜드를 포함한 가방, 옷 등의 잡화류다.
매출 감소 속 재고 확대는 실적뿐만 아니라 재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다만 매출이 증가하면서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영업활동 확대에 따른 선제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LF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이 예측 가능성이 컸던 상황으로 재고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었다"며 "수요 확대를 대비하고 기회를 잡으려면 비축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고가 너무 많이 쌓이는 것도 부담이지만 반대로 제품을 제때 팔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이는 브랜딩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매출 증대와 맞물려 재고도 동반해 늘어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LF는 최근 수년간 재고자산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축소됐고 엔데믹 전환과 함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재고는 2018년, 2019년 각각 3206억원, 3034억원으로 3000억원을 웃돌았다. 팬데믹으로 2020년, 2021년 각각 2267억원, 2431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다시 3000억원 이상의 재고를 확보했다.
패션업계를 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도 유사하다. 한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작년 9월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904억원, 1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7%, 18.6% 증가했다. 작년 9월 말 재고자산은 5597억원으로 2021년 말보다 995억원 늘었다. 매출 증가에 따른 재고 확보로 한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LF처럼 순유출을 기록했다.
LF는 반응생산(QR·Quick Response) 시스템으로 재고 관리에 공을 들일 계획으로 파악됐다. 반응생산은 시장에 소량의 제품만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보면서 판매량을 점차 늘려가는 시스템이다. LF 관계자는 "QR 시스템을 활용하고 경기 변동에 따라 적정 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