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이 미국 자회사를 없애면서 국외 계열사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손자회사였던 또 다른 미국 법인 SK Planet, Inc.(이하 SKPI)가 SK플래닛의 자회사로 올라오면서 효율적으로 해외 사업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추후 'SK코인(가칭)'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싱가포르 법인도 SK플래닛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미 관련 사업 준비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아직 가상자산 시장에 변수가 많아 SK코인 도입을 두고 신중한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작년 11월 미국 현지 법인 SKP 아메리카(SKP America, LLC)의 청산을 결정했다. SKP 아메리카는 앞서 디지털 콘텐츠 소싱 및 제공을 목적으로 2012년 1월 만들어졌다. 약 11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미국 사업 전략 변경으로 유한회사(LLC) 형태 법인 유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인 체제를 효율화하기 위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SKP 아메리카는 과거 미국 커머스 시장 공략의 주축이었다. SKP 아메리카는 2014년 종속기업 샵킥 매니지먼트 컴퍼니(shopkick Management Company, Inc.)를 통해 현지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샵킥(shopkick, Inc.)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16년에는 샵킥 매니지먼트 컴퍼니도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샵킥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SK플래닛 재무에 부담을 줬다. 이에 따라 2019년 결국 샵킥 매니지먼트 컴퍼니와 증손회사 샵킥을 전량 매각해야 했다.
당시 샵킥을 인수한 기업이 화상인식기업 트랙스(TRAX)다. SKP 아메리카는 트랙스 주식 79만4666주(2.02%)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청산으로 SK플래닛이 현물 승계하게 됐다.
아울러 SKP 아메리카 자회사인 SKPI는 그대로 존속해서 해외 신규 투자 등을 담당하게 됐다. 2012년 만들어진 미국 법인으로 이한상 SK플래닛 대표가 경영을 겸하고 있다. SKPI의 자회사로 작년 4월 신설된 싱가포르 법인 스코디스(SCODYS PTE.LTD)도 사업을 계속 영위한다.
기존 'SK플래닛-SKP 아메리카-SKPI-스코디스(SCODYS PTE.LTD)'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SKP 아메리카만 빠진 것이다. SKPI가 SK플래닛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스코디스는 SK플래닛의 증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올라왔다.
특히 추후 스코디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스코디스는 SK그룹 차원에서 활용할 SK코인 도입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그룹은 지난해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을 마치고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려 했다. OK캐쉬백 서비스를 담당해온 SK플래닛이 SK코인 발행 및 관리 등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OK캐쉬백은 9만3000개 가맹점, 약 21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한 국내 최대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로 가상자산과 연계하기 좋다고 판단했다.
SK ICT 패밀리 간 시너지도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에 '이프랜드 포인트(ifland point)'라는 경제시스템 구축 첫발을 뗐다. 출석 및 데일리 보상 등을 통해 획득하는 이 포인트는 밋업(모임)을 운영하는 호스트에게 후원하는 데 쓸 수 있다. 호스트는 이를 현금화해 실물 경제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에는 암호화폐를 연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며 SK코인 발행은 결국 해를 넘겼다. 최근에도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변수가 많은 만큼 아직 도입 시기를 신중하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