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에서 회자되는 회사가 있다. 동물·인체용 진단업체 바이오노트다. 모두가 포기할 것으로 예상했던 혹독한 환경인 이달 기어코 증시입성을 달성해냈다. 그 여파가 상당하다.
IB(투자은행)들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상장승인 효력기간을 일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최종 반려됐다. IPO를 하기 위해선 발행사는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상장에 적합한 기업인지를 검토하는 절차다. 승인을 받으면 현 규정에선 그 효력이 6개월 동안 유지된다. 이 기간 내 공모와 청약, 대금납입을 마쳐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래소는 일괄적으로 6개월 연장해준 바 있다. 증시 변동성이 너무 커 6개월 안에는 IPO가 힘들다는 것에 동의했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한 것이 근거였다. 현대엔지니어링서부터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 10곳 가까이 된다.
그런 와중에 바이오노트가 보란 듯이 IPO를 해냈다.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주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오노트는 작년 시장 분위기에선 조단위 공모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대어였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470억원에 달한다. 작년 연간 순이익은 6715억원이다. 작년 업계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5배를 같은 해 순이익(6715억원)에 적용하면 기업가치(밸류)가 3조3000억원 가량 된다.
그런데 바이오노트는 공모가(9000원) 기준 9168억원에 불과한 밸류로 상장했다. 바겐세일을 두 번이나 했다. 주력인 인체용 진단사업에 PER을 5.23배 적용해 도출한 주당 평가액(3만4979원)에서 48% 할인한 것이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1만8000원)이다. 여기서 또 반값(9000원)으로 내렸다.
시장은 큰 인상을 받았다. 바이오노트는 돈(조달)보다는 명성을 택했다. 헐값을 감수하고서라도 한국 상장사라는 간판을 걸어 경영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효과는 기업 신뢰제고다. 더 많은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실제 바이오노트는 조단위 M&A(인수합병)로 글로벌 사업확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간 비상장사라는 꼬리표와 불투명성 탓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주인 조영식 회장이 '조건없는 상장 완수'를 주관사에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작년 상장했던 일부 대기업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을 시장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비싼 값에 상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 공분을 샀다. 주가에도 상당한 타격을 줬다.
바이오노트에 대해선 시장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적어도 성장에 '진심'이라는 것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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