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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SK디스커버리

같은 이사회 구성, 다른 결과

①계열사 이사진 구성과 유사...지배구조에서 홀로 등급 하락

이호준 기자  2022-12-23 07:19:1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순수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이사회 구성’은 주요 자회사들과 대체로 동일하다. 화학, 에너지, 바이오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체들과 이사진 구성이 유사한 데다 2021년에는 ESG위원회, 인사위원회 등을 신설하며 4개의 전문위원회 체제를 함께 이룩했다.

다만 같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고도 외부의 평가는 달랐다. 올해 한국ESG기준원(KCGS)이 실시한 지배구조 평가에서 자회사들의 등급은 상향된 반면 SK디스커버리는 등급이 하락했다. 이사회 구성을 넘어 실제적인 활동의 차이가 중요했다는 분석이다.

◇이사회 멤버 '5명'

SK디스커버리 이사회는 의장을 맡고 있는 송재용 사외이사를 비롯해 최창원 부회장, 안재현 사장, 김용준 사외이사, 김현진 사외이사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원래 멤버 수는 7명이었으나 올해 오영호 사외이사와 최재영 사내이사가 중도 퇴임하면서 5명으로 줄었다.

SK디스커버리그룹 내 주요 기업 이사진이 7~8명인 점에 비춰보면 비교적 단출한 수준이다. 실제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를 제외하고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사회가 7명으로 구성돼 있다. SK디앤디는 이사회 멤버가 8인으로 가장 많다.

다만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기본 구성은 큰 틀에서 동일하다. SK디스커버리를 포함해 주요 사업회사들은 사외이사를 이사회의장으로 두고 있다. 또 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의무사항인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외에도 ESG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지난해 6월 이사회를 통해 추가하며 총 4개의 전문위원회 체제를 구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내부거래위원회를 합하면 5개까지 늘어난다.

구성을 보면 사외이사의 독립성도 어느 정도 확보된 모습이다. 경영진 감시가 주된 역할인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의 경우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다만 ESG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 1명을 위원회 멤버로 포함하도록 했다.


◇실제적인 활동 요구돼

다만 올해 한국ESG구조원(KCGS)의 지배구조(G) 평가에서 SK디스커버리는 'B+'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A등급에서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무엇보다 A를 지키고 있는 그룹 내 주요회사들과 비교해 지주회사 홀로 B+등급에 올라 있다.

최근 KCGS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ESG 평가모형을 개정했다. 특히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바꿨다. 다만 KGCS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서 문제가 드러났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래도 힌트는 있다. KCGS 측은 "SK디스커버리는 이사회 심화평가에서 감점이 두 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심화평가의 경우 부정적인 ESG 이슈를 반영하는 항목이다. 또 이사회 구성을 넘어 실제적인 활동 내용과 운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SK디스커버리 이사회 경우 후자에서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올해 SK디스커버리 이사진 면면에 바뀜이 많았지만 전문위원회 등 사외이사 독립성은 그와 별개로 꾸준히 유지 중이다. 최창원 부회장 등 경영진을 둘러싼 각종 이슈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방식의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예컨대 이사회 운영 현황의 중요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이사회 출석률이 대표적인 대상이다. SK디스커버리의 이사회 출석률은 90%로 그룹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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