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2조원을 지원한다. 오는 23일과 내년 1월 30일 각각 1조원씩 총 2조원을 들여 SK온의 신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약 1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2조원의 현금 지원이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별도법인 기준으로 1조원 후반대의 현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1조2329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분기 보고서 발행 이후인 12월 들어 3~4개월 만기인 단기 기업어음(CP) 3000억원 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다. CP 발행을 포함한 금융활동으로 현금 보유량을 늘려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상태로 전해진다.추가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기는 하다. 우선 23일까지 SK온에 1조원을 납입한 후 남은 현금을 고려해 대응에 나선다. 유상증자 완료를 위해 필요한 현금은 30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과 더불어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는 것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19.1%로 재무현황이 매우 견조하다. SK온 유상증자에 2조원을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SK이노베이션의 부채 자체가 많지 않은 덕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21% 이상으로 소폭 증가할 전망이다.
빈 곳간을 채울 수 있는 여력도 남아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자회사들을 대부분 분할한 상태라 현금창출력이 풍부하지는 않다. 대신 에너지 계열 중간지주사로 건실한 자회사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재무구조를 보강할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을 영위하는 SK에너지의 역할에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SK에너지는 올들어 정유업에 찾아온 호황을 타고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SK에너지 별도 기준 1~3분기 매출은 38조5400억원, 영업이익은 3조24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419% 확대됐다. 호실적에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됐다. 그 결과 SK에너지의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보유량은 올 1분기 말 9082억원에서 3분기 말 1조711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SK에너지는 그동안 정유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SK이노베이션에 밀어 넣는 역할을 해왔다. 정유업황이 좋았던 2017년에는 무려 1조4000억원을 SK이노베이션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2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낸 2020년 이후부터 SK에너지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현금유출을 최소화하며 적자로 인한 후유증을 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SK에너지의 재무구조가 안정화됐고, 기록적인 이익을 거둔 만큼 다시 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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