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재무 여력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국내 다른 석유화학업체 대비 비교적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면서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이어오던 LG화학이었지만 대규모 투자로 재무구조에 변동이 예고된다.
LG화학은 22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서 테네시주와 양극재 공장 건설 MOU 체결식을 진행했다. LG화학은 테네시주 클락스빌 부지에 30억달러를 단독 투자해 연간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현재 LG화학의 양극재 생산 능력은 총 9만톤이다. 국내 청주공장과 익산공장에서 총 4만5000톤을, 중국 우시공장에서 4만5000톤을 생산한다. 이외 현재 경북 구미에 생산능력 6만톤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테네시 공장 투자를 마치면 LG화학은 2027년 양극재 생산 능력을 34만톤 이상 갖춘다.
◇기존 1.4조 투자에 4조 추가
이번 테네시주 양극재 투자는 재무지표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투자다. 2027년까지 30억달러(약 4조원)면 매년 약 6억달러의 자금 유출이 예상된다. 현재 원/달러 환율 기준 약 8000억원이다.
이번 투자 외 LG화학이 2025년까지 자체 투자하는 투자 금액도 1조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말레이시아 NBL △여수 PVC·CNT 증설 △여수 ABS 재구축 △대산 POE·PBAT 증설 △청추·구미 양극재 증설 등에 향후 투자액만 1조422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대산 POE 증설(2525억원), 여수 ABS 재구축(4975억원), 구미 양극재공장(4543억원)에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LG화학의 3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조434억원으로 향후 투자와 테네시주 양극재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조달이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재무구조가 일부 훼손될 여지도 있다. 3분기 말 순차입금비율은 31.8%(별도 기준)다.
금리 상승 시기에 맞물려 향후 조달 비용이 늘어날 여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금리 상승 여파를 LG화학도 체감 중이다. LG화학은 작년 ESG채권 발행 당시 2.38%의 금리로 발행했지만 올해 7월에는 4.38%로 발행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커버리지 지표 '양호'
현재까지 LG화학의 커버리지 지표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떨어져도 다른 사업 부문이 전사 수익성을 일정 부분 만회해줄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덕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해놓은 덕에 전통 석유화학업계에 비하면 매년 창출하는 이익 추이가 비교적 일관적이다.
실제 올해 3분기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 930억원만을 기록하면서 1.7%의 영업이익률이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첨단소재 사업 부문이 3분기 4160억원을 기록하면서 수익성 안전판 역할을 해냈다.
차입금 확대 기조에서 감당하는 금융비용이 매년 늘어나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배경이다. 별도 기준 2010년대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2019년 LG화학은 영업이익 5824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이자보상배율로 약 4.7배를 기록했다.
추후 석유화학사업의 업황이 개선되고 첨단소재 사업 부문의 호실적이 이어진다면 30억달러 투자 부담이 크게 경감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후 석유화학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경우 석유화학 사업의 OCF 창출력이 올해 대비 개선될 것"이라면서 "대규모 투자를 결심한 LG화학에 있어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 규모가 투자 재원 마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