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인벤토리 모니터

재고 쌓는 SK가스, 동절기 호실적 낼까

미착품 금액만 4610억원..."동절기 내 매출 전환 기대"

이호준 기자  2022-12-08 16:47:18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SK가스의 재고자산이 6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말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재고자산회전율 등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황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재고자산 중에서도 미착품(주문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원재료) 비중이 큰 터라 액화석유가스(LPG)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 실적 개선의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재고자산 '33%' 증가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스의 올해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614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4641억원)보다 33% 불어난 최대 규모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10.4%를 나타냈다.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빨리 판매되는지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 역시 14.09회로 전년 말(15.54회) 대비 하락했다. 하락폭이 적긴 하지만 그만큼 재고자산이 매출로 전환되는 기간은 더 길어졌고, 현금화하는 기간도 같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재고자산의 증가는 운전자본 확대로 이어진다. 운전자본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본을 의미한다. 올해 9월 말 기준 SK가스의 운전자본은 1조11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32억원)과 견줘 약 1500억원 증가했다.

운전자본이 늘어날 경우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단점이 있다. 운전자본이 지나치게 늘어나게 되면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지출해야만 하는 현금도 그만큼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가스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말 OCF는 5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기록한 973억원에 비해 40% 줄어들었다. 영업현금흐름이 둔화하면서 보유 현금은 작년 말 8232억원에서 3분기 말 기준 7744억원으로 줄었다.

(사업보고서)

◇미착품 비중 '75%'

하지만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SK가스의 경우 재고자산 중에서도 미착품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착품은 주문 후 아직까지 전달받지 못한 제품으로, 주문한 기업의 미래 매출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SK가스의 재고자산을 구성하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제품(24%) △미착품(75%)△기타(1%)로, 미착품의 비중이 재고의 거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말 3518억원이던 미착품 금액이 올해 3분기까지 4610억원으로 늘었다.

(사업보고서)

난방 연료 수요가 집중되는 동절기를 대비해, SK가스가 LPG 주문량을 미리 늘렸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번 겨울철 안에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한다면 오히려 실적 확대의 신호로도 읽을 수 있다.

경쟁사들과 견줘서도 재고자산이 과도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국내 LPG 시장에서 SK가스와 함께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E1 역시 지난해 말(2700억원)보다 57%가량 미착품 규모(4250억원)를 늘렸다. E1의 LPG 사업 부문 재고자산은 5492억원이다.

SK가스 관계자는 "동절기에 진입하는 만큼 산업·가정 등 여러 부문에서 LPG 수요가 기대된다"며 "산업체들과 사전에 계약이 진행된 내용도 재고에 포함돼 있어 빠른 시일 내 매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