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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동성 점검

롯데케미칼, 1조 증자의 의미

②부동산 리스크, 지주·물산·日홀딩스 전이…대여금 상환·유증으로 '숨통' 기대

박기수 기자  2022-12-01 15:48:16

편집자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신소재와 바이오 신사업 진출, 대규모 설비투자, 그리고 롯데건설 지원 등으로 어느 때보다 롯데그룹이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금리 인상과 잇딴 채권시장 이슈에 더해 대규모 지출이 예상된 롯데그룹에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앞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내부에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지금, 롯데그룹의 유동성 상태를 THE CFO가 점검해본다.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고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이 찾아왔을 때 롯데케미칼의 심정은 '하필 이때' 였을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실적 면에서는 석유화학 스프레드 축소로 이례적인 적자를 겪고 있었고, 재무적으로는 2조7000억원의 일진머티리얼즈 '빅딜'을 추진하느라 체력을 크게 소모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롯데건설에 5876억원을 지원했다. 이중 5000억원은 내년 1월 돌려받을 예정이지만 100% 돌려받는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재원으로 보유 자금과 금융권 차입금만 이용하겠다고 약속한 롯데케미칼도 어쩔 수 없었다. 총 1조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내밀며 자본확충에 나섰다.

롯데케미칼은 1조1050억원 중 5000억원은 석유화학사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Naphtha) 매입에, 나머지 6050억원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에 보태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유상증자는 롯데케미칼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이기 때문에 대주주인 롯데지주의 자금소요도 예상된다.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롯데지주가 유상증자에 전량 참여하면 2828억원의 현금을 지출해야 한다.

3분기 말 별도 기준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은 650억원에 불과해 보유한 금융자산 일부를 유동화해 증자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유동화 가능한 금융자산 잔액은 1조820억원이다. 이외 롯데물산과 일본 롯데홀딩스도 유상증자에 전량 참여한다면 각각 2210억원, 1028억원의 자금 소요가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2548억원이다. 부채비율은 51.7%, 순차입금비율은 17.8%이다. 3분기 말 이후 소요된 자금으로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계약금 2700억원과 롯데건설 지원금(5876억원)이 있다. 이외 약 2달 후인 2023년 2월 중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 2조4300억원을 합하면 올해 10월부터 약 5달 동안 롯데케미칼의 자금 지출이 무려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말고도 롯데케미칼이 진행 중인 투자들도 무시할 수 없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크래커 사업 △EOA 증설 신규사업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 사업 등에 향후 1조218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내년 1월 롯데건설이 계획대로 대여금을 상환하고 2월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완료하면 1조6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이 재확보될 예정이다. 다만 투자 규모가 막대한 만큼 튼실한 기초체력의 대명사와 같았던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 시황이 내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분석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시장도 반응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만약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AA0급으로 낮아질 경우 이는 곧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기준 AA+급 회사채와 AA0급 회사채의 3년물 등급민평금리의 차이는 42b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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