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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OCI, 물적분할 논란 회피·지배력 상승 '묘안'

대주주 일석이조 챙기지만…더블카운팅 문제 발생 가능성

박기수 기자  2022-11-29 11:24:02
OCI가 핵심사업인 화학부문의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 업계에 대두된 물적분할과 관련한 당장의 논란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인적분할 후 지주사의 공개매수 작업을 통해 오너들은 자금 소요 없이 그룹의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CI는 이달 23일 이사회를 열고 화학부문(△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OCI 분할은 내년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 OCI의 사업부문은 베이직케미칼과 카본케미칼을 비롯해 도시개발, 에너지솔루션도 있다. 분할 후 존속법인에는 도시개발 사업과 에너지솔루션 사업 등이 남고 사명이 OCI홀딩스로 바뀐다. 베이직·카본케미칼을 품는 신설법인의 사명은 OCI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9%, OCI 31%다.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인적분할은 내년 5월에 이뤄진다. 이후 OCI홀딩스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해 OCI의 지분을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OCI의 지분을 매수하고 대가로 OCI홀딩스의 신주를 발행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OCI홀딩스→OCI 구조가 돼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된다.

OCI는 "이번 인적분할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품에 가려져 저평가된 주력 화학사업 부문의 내재가치 재평가와 함께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계획"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 규모 및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처: OCI

우선 OCI는 최근 주력 사업 물적분할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인적분할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력 사업을 물적분할해 분할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결국 이와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OCI는 우선 인적분할안을 택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또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매입 등 자금 소요 없이도 분할과 공개매수 과정을 통해 최상위 회사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들 입장에서는 OCI홀딩스의 주가가 낮고 OCI의 주가가 높아지면 그룹 지배력 확보에 유리해진다.

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계획대로 끝날 경우 지주사와 자회사의 '더블 카운팅'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공개매수에 성공해 지주사 전환이 완료할 경우 모회사 OCI홀딩스와 자회사 OCI가 모두 상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동시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중복 적용 문제와 지주사 디스카운팅 현상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자회사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만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의 찬사를 받았다. 대주주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문어발 상장 구조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OCI가 추진하는 방식과는 정 반대다.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후 유상증자 과정이 이뤄진 뒤 대주주의 지배력이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라면서 "부의 재분배가 오너 쪽으로 이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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