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스', '닥스' 브랜드로 유명한 LF는 패션기업으로 유명하다. 줄임말은 LG패션(Fashion)이 아닌 'Life in Future'다. 2004년 LG패션에서 LF로 사명을 바꿨다. 정체성을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생활문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2007년 11월 LF푸드를 세우며 식품사업으로 보폭을 확대했고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을 품에 안으며 부동산금융업을 장착했다. 패션에 먹을거리, 부동산 관련 사업을 장착해 의식주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특히 LF 장부상 계상되는 코람코자산신탁 영업권 손상차손은 '제로(0)'다. 리스크가 큰 부동산 신탁사업 비중을 줄이고 LF와 협업 등으로 안정적으로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한게 주효했다.
◇인수 4년 외형 확장, 영업권 손상 '0'LF는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코람코자산신탁의 100% 자회사다. 코람코자산신탁은 갤러리아 광교점 등 랜드마크 중심 부동산에 투자하고 코람코자산운용은 서초동 JW중외제약 사옥 등 중소형 부동산을 주로 취급한다.
M&A(인수합병)로 LF 연결재무제표에 2019년부터 영업권이 계상됐다. 346억원이다. 올 9월 말까지 이 영업권은 손상 없이 남아 있다. 안정적인 매출 증가로 외형이 확장됐고 수익성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12% 증가한 1318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1위다. 901억 원으로 2위를 차지한 한국토지신탁과 400억 원 이상 격차를 보일 만큼 지배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 이듬해인 2019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212억 원, 216억 원이었다. 2020년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943억 원, 312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680억 원, 625억 원에 달했다.
LF 품에 안긴 뒤 부동산 시장 호황과 투자 기조 변화가 맞물리며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자산신탁 입장에서는 LF가 패션이라는 안정적인 사업부문을 보유해 더이상 고위험 투자를 고수할 필요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뀌면서 기존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많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중수익 이상의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2019년 이후 부동산 시장 호황은 꾸준한 성장에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금융업의 꾸준한 성장은 팬데믹으로 식품사업 등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안전판 역할을 했다. LF는 2017년 3월 인수했던 일본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 부진으로 지난해 51억원의 영업권 손상을 장부상 반영하기도 했다.
그룹 내에서 코람코자산신탁의 위상은 커지고 있다. LF의 연결기준 매출에서 부동산금융업 매출 비중은 2019년 5.6%에서 2020년 9.0%로 상승했다. 작년 13.8%까지 올라갔고 올해 9월 말 기준 13.4%다.
◇패션업과 시너지 모색, 부동산 침체 국면 투자 기조 변화코람코자산신탁은 패션업이 모태인 LF와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LF안양물류센터 개발사업은 의류 물류창고에 제한됐던 해당 부동산의 가치를 극대화기 위한 코람코자산신탁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작년 6월 LF안양물류센터 재개발에 나섰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인 코크렙안양을 설립해 LF의 의류 물류창고를 신선식품도 배송할 수 있는 상온·저온 복합 물류센터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3년 1월 준공해 4월부터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다.
LF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의류 물류창고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여 복합 물류센터 개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산디지털단지 데이터센터는 코람코자산신탁의 투자 기획력과 LF의 자금력이 버무려진 개발 사업으로 평가된다. 'Massive'급 데이터센터로 총 7단계의 등급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다.
IT산업 성장 속에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데이터센터 이원화 부재가 낳은 사건으로 최근 주목받았다.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한국데이터센터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규모는 처음으로 3조 원대를 돌파했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0%대 성장이 전망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 속에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 기존 자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개발형 신탁이 아닌 재건축 등 미분양 리스크가 작은 정비사업 쪽으로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