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에프앤씨의 영업권이 올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웨어 브랜드 하이드로겐(Hydrogen)을 인수한데 따른 것이다. 올해 상반기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순손실을 낸 가운데 하이드로겐 영업권 상각 여부도 향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올해 6월말 기준 자산총계는 4872억원이다. 이 가운데 무형자산은 390억원으로 2021년말 125억원과 비교해 212.43% 증가했다. 영업권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무형자산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영업권 규모는 187억원이다. 작년말 1억원에 불과했으나 올들어 영업권이 발생했다. 하이드로겐을 인수한데 따른 것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 5월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웨어 브랜드 하이드로겐(Hydrogen S.r.l.) 운영법인을 통째로 인수했다. 당시 인수가격은 약 200억원이다. 2021년말 기준 하이드로겐의 자산총계는 138억원이다. 여기서 자기자본은 12억원에 그쳤다. 최근 3년간 매년 20억원 안팎의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자기자본이 훼손됐다.
하이드로겐은 유럽,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럭셔리 스포츠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해골 시그니처와 특유의 카모플라쥬 패턴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테니스 선수 출신 디자이너 알베르토 브레씨(Alberto Breci)가 2003년 만든 프리미엄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다.
크리스에프앤씨의 영업권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순자산가치가 큰 M&A 매물들을 주로 인수했다는 점과 함께 무형자산을 확대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하이드로겐 인수한 것 역시 순자산보다는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인수가격을 책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에프앤씨는 하이드로겐 인수로 골프웨어 뿐만 아니라 테니스 스포츠웨어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수 있다. 또 유럽과 미국 등 해외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사업 확장을 위해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있지만 쌓인 영업권을 상각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하이드로겐 인수로 발생한 영업권을 상각하지 않았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953억원, 영업이익 40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15.5%, 영업이익은 8.3% 증가했다. 다만 순손실이 240억원 발생했다. 덕평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재해손실이 기타비용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타손실은 636억원이다. 재해발생금액은 613억원이다. 보험가입금액은 약 300억원을 제하면 나머지 금액이 크리스에프앤씨가 손실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다.
특히 하이드로겐의 실적도 아직까지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억원에 그쳤다. 지난 5월에 인수된 이후 1개월 가량의 실적으로 추산된다. 다만 '핑'과 '파리게이츠' 매출액이 각각 500억원을 웃돈다. 또 '팬텀' 매출액이 400억원에 육박하고 '마스터바니 에디션'이 300억원 가량이다.
하이드로겐은 최근 3년간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영업권에 대한 매년 손상 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현금창출단위별(Cash Generating Unit. CGU) 회수 가능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할 경우 손상차손을 장부상 반영한다. 하이드로겐 역시 올해도 손실을 지속할 경우 크리스에프앤씨가 연말께 영업권 상각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반기 연결검토보고서를 통해 "영업권과 비한정 내용연수의 무형자산의 경우 매년 또는 손상징후가 있을 시 관련 검사를 수행하며 기타 비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장부금액이 회수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있을 때 손상검사를 수행한다"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