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카메라모듈 조달처 가운데 삼성전기에 이어 캠시스가 2위를 차지했다. 기존 단골이던 파트론은 후순위로 밀렸다. 삼성이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주요 협력사로 꼽았던 파트론의 공급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갤럭시Z플립4 카메라모듈 공급사로 캠시스 비중이 높아지면서 파트론 비중이 희석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파트론의 삼성전자 올인 기류가 바뀌면서 매출처와 품목을 다변화한 것도 삼성전자 공급사 순위 변동을 가속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모듈 공급사 순위서 '파트론' 이름 사라져 삼성전자 3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휴대폰(HPP)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 공급사로 삼성전기와 캠시스가 나란히 올랐다. 계열사인 삼성전기를 제외하고 이전까지 주요 공급사로 활약했던 파트론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 원재료 및 부품 공급처의 경우 전체 공급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넘어선 한두 곳만 주요 조달처로 이름을 공개한다. 파트론의 이름이 없다는 것은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부공시 기준을 넘지 않는다는 의미다. 파트론의 공급 비중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파트론은 2003년 당시 삼성전기 유전체사업부문을 분사해 설립된 곳이다. 창립멤버들은 삼성전기와 삼성전자 출신이 다수였다. 지금도 김종구 회장과 김종태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삼성 출신들이다. 이들이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플래그십 폰에 들어가는 전면 카메라모듈 메인벤더 자리를 지켜왔다.
그만큼 삼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파트론의 작년 말 기준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87%에 달할 정도다. 삼성전자 협력사 단체인 '협성회(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 멤버이기도 하며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밴더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삼성에서도 각별히 챙겼다. 지난 5월 핵심 미래산업에 5년간 450조원 투자를 발표하면서 원익IPS와 함께 콕 집어 이름을 밝힌 2개 협력사 중 하나가 파트론이다. 원익IPS가 반도체 장비사의 대표 격이라면 파트론은 스마트폰 부품사의 대표 격으로 거론됐다.
◇갤럭시Z플립4 협력사 선정 기점으로 공급 비중 희석업계는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을 갤럭시Z플립4로 보고 있다. 이 제품의 전면 카메라모듈 공급사는 엠씨넥스와 캠시스가, 후면은 삼성전기와 파워로직스, 캠시스 등이 주요 협력사 역할을 했다. 파트론이 공급한 카메라모듈은 갤럭시Z폴드4에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폰에서 자체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파트론이 협력사로서의 비중이 줄었다"며 "폴더블을 제외한 갤럭시 폰에 공급하는 물량은 많지만 플래그십 공급사 선정에선 빠지는 형세"라고 전했다.
파트론의 삼성전자 올인 기류가 바뀐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 의존도가 너무 큰 탓에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면 덩달아 회사 경영에 직격타를 맞는다. 모듈기술 노하우를 응용해 매출처와 품목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파트론은 지난 몇 년간 스마트폰을 넘어 센서, 네트워크, 완제품, 자동차 전장부품과 웨어러블 기기 부품 등 새로운 분야를 파고들었다. 매출처도 현대자동차, 만도, 화웨이(Huawei), ZTE, 레노바(Lenovo), TCL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