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론이 파워(전력)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아이큐랩에 투자했다. 파트론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대표적인 협력사다. 주력 사업과 다른 분야에 자금을 적잖은 금액을 투자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파트론은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아이큐랩 투자는 아직 단순 투자이지만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파워반도체 팹리스 '아이큐랩'에 투자 파트론은 올 5월 아이큐랩에 약 25억원을 투자했다. 반도체업계 등에 따르면 아이큐랩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큐랩은 2018년 5월 설립됐다. 김권제 대표가 이끄는 곳으로 파워반도체 팹리스 업체다. 파워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으로 부가가치도 높다. 현재 파워반도체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국산화가 필요한 품목으로 꼽힌다.
아이큐랩은 2020년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TP)가 만든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와 웨이퍼 300장 규모의 탄화규소(SiC) 파워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부산TP는 설계와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도 생산 시설이 없어 생산하지 못하는 국내 팹리스 기업 지원에 나섰고, 아이큐랩의 손을 잡았다.
최근 파트론의 투자는 아이큐랩의 시설투자와 연계됐다. 아이큐랩은 포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장기임대하고 내년 중에는 국내에 자체 공장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파트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이큐랩이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실적 성장에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아이큐랩의 작년 매출은 아직 1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다만 설립 이후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69억원으로 전년(35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적 악화·삼성 의존' 파트론, 사업다각화 '고심' 파트론은 삼성전자 출신 김종구 대표가 설립한 부품업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에서 대표적인 협력사로 꼽힌다. 카메라모듈, 안테나, 센서모듈 등이 주력 사업이다. 2019년부터 매해 매출 1조원을 넘기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거래처를 둔 만큼 파트론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주문 물량의 증감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하면서 파트론의 휴대폰용 카메라모듈 매출은 65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568억원)보다 24% 감소한 수치다. 이로 인해 파트론의 작년 연결 매출은 1조2219억원으로 전년보다 6.9% 줄었다.
파트론은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다른 대기업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외에 자동차 전장용 카메라·헤드라이트 모듈과 센서 모듈 매출 확대를 추진했다. 또 전자담배 제조업자개발생산(ODM)도 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파트론의 2021년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했다. 작년에는 82%로 5%포인트(p) 하락했다. 삼성전자 외에 만도, 현대모비스, 삼성엘이디(LED), KT&G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아이큐랩 투자 역시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를 통해 반도체 분야에 대한 탐색을 하면서 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아이큐랩은 2025년경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5월 발행된 RCPS에도 IPO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