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보험이 5억달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행사와 관련해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RP 만기가 다가왔을 때 상환 방법이 또 하나의 관건이다.
RP 상환 시점이 됐을 때 다시 한번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신뢰가 한 번 금이 갔고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차하면 흥국생명 대주주를 비롯해 태광그룹 계열사들 차원에서 '십시일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광그룹의 '몸통'인 태광산업에 눈길이 가는 배경이다.
태광산업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를 주력으로 프로필렌, 나일론, 스판덱스 등 화학 및 섬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에 따라 실적의 등락이 있다.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다. 올해 태광산업은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 2조845억원, 영업손실 334억원을 기록 중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이상 늘었지만 원가 등 매출원가가 41%가량 늘어나면서다.
올해는 부진하지만 작년은 코로나19 해제 국면 당시 반짝 호황으로 1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전 해인 2020년에는 3%대인 비교적 낮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들쑥날쑥한 성적표에도 비교적 재계에서 조용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태광산업의 비결은 기초체력이다. 태광산업은 자산총계에 비하면 차입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국책은행에서 빌린 단기성 차입금 836억원이 전부다. 자산총계(4조7560억원)에 비하면 차입금 비중이 1.76%에 불과하다. 보유한 사채도 없다. 총수인 이호진 회장의 경영 부재 속에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온 덕이다.
차입금은 적지만 보유 현금은 조원대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보유한 연결 현금성자산이 1조4110억원이다. 순현금만 1조3171억원인 '현금 부자' 회사다. 매년 기록한 순이익의 대부분을 잉여금으로 유보한 덕에 이익잉여금은 3분기 말 기준 3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회장이 지분 56.3%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원준 씨(14.65%)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10.43%)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흥국생명은 추후 RP 상환까지 기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상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두지는 않았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도 있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체 외부 차입을 단행할 수 있다. 주주들의 개입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주주가 아닌 태광산업의 자금 지원 가능성은 현재로서 미지수다. 다만 지원이 이뤄진다면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