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시스캐피탈(이하 프랙시스)이 네번째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며 중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로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투자는 다양한 투자 섹터를 넘나들면서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5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펀드를 거의 대부분 소진하는데 걸린 기간은 약 2년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3개월마다 새로운 포트폴리오 투자를 마무리한 셈이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프랙시스는 현재 운용 중인 '프랙시스 밸류크리에이션펀드 2호 펀드'를 90% 가량 소진했다. 총 8곳의 포트폴리오에 투자했고 총 투자 규모는 4400억원 안팎이다.
프랙시스는 2020년 2월경 총 4905억원 규모로 밸류크리에이션펀드 2호를 조성했다. 우정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성장지원펀드(KDB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 교직원공제회, 국민연금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며 애초 결성 목표액인 4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프랙시스는 첫번째 자산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을 점찍고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당시 번개장터 지분 100%의 가치를 1500억원 가량으로 책정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80%를 확보했다. 번개장터는 중고나라에 이어 업계 2위의 중고거래 및 플랫폼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 잠재력을 확신한 결단이었다.
최근 프랙시스의 핵심 멤버인 강승현 전무를 직접 번개장터의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밸류업 작업에 힘쓰고 있다. 프랙시스의 창업 멤버이기도 한 강 전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이수한 경영 분석 및 전략 전문가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회원 수 1000만명, 연간 거래액 1조원 등을 돌파했다.
프랙시스의 두 번째 투자처는 하노이에 위치한 베트남 세인트폴 국제학교(St. Paul American School)였다. 베트남 세인트폴 국제학교는 2011년 설립된 미국계 국제학교로 다국적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프랙시스는 LX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인수를 진행한 뒤 해외 상장 등 다양한 투자금 회수 전략을 짜고 있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인구 1억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데 전체 인구의 70%가 35세 미만으로 구성돼 앞으로 교육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세 번째 포트폴리오는 올해 3월 이뤄진 콘텐츠 제작사 JTBC스튜디오 투자였다. JTBC스튜디오 투자는 프랙시스가 설립된 이래 단일 투자건으로 가장 큰 거래 규모(3000억원)를 기록했다. 프랙시스는 해당 투자로 JTBC스튜디오 지분 약 18.7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랐다.
프랙시스는 곧이어 글로벌 건기식 기업 승명을 블라인드펀드 네 번째 포트폴리오로 편입시켰다. 프랙시스는 건기식 시장의 성장성과 더불어 승명이 보유한 다양한 제품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디앤디파마텍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DS자산운용, 큐더스벤처스,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총 590억원 규모의 투자에서 앵커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기업이지만 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존스홉킨스대와 협력하는 모델 등을 눈여겨봤다.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슨병 섬유화 질환 치료제 임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파킨슨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새롭게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올해 7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는 못해 상장이 한차례 연기된 상태다. 업계에선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임상 2상 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 정도에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프랙시스는 지난해 마지막 투자처로 협동로봇 제조사인 두산로보틱스를 점찍었다. 투자금 약 300억원을 전액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두산로보틱스 투자는 프랙시스의 첫 로봇 관련 포트폴리오이자 그로스캐피탈 성격 투자였다. 1년 남짓 로봇 관련 산업을 스터디하면서 두산로보틱스의 대표 제품인 협동로봇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신 아래 투자를 단행했다.
프랙시스는 올해 들어 콘텐츠 산업 투자에 많은 공을 들였다. 올해 3월 음원 저작권 유통 기업인 비욘드뮤직에 무려 1000억원을 베팅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식재산권(IP)를 더 확보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로 추가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연장선상에서 비욘드뮤직은 인터파크 음악사업부를 인수하며 음원 IP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프랙시스는 올해 6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바이포엠스튜디오에 55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투자는 하나의 지식재산권(IP)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 One Source Multi-Use) 구조를 강화하겠단 포부 아래 추진됐다.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웹툰 및 드라마 제작사(CP) 등 5개 분야의 콘텐츠 계열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