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제품 스프레드(마진) 악화로 수익성이 큰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설비 정기보수를 앞당기거나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역시 대외 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최근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사업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업황 개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전지박 사업자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절차를 밟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만큼 이를 지원할 강종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역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강 CFO는 최근 금융시장 경색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에 대한 자금 조달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내부자금 1조 활용롯데케미칼은 전지박 사업자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인수 금액 가운데 1조원은 내부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인수 주체인 미국 자회사 LBM(LOTTE Battery Materials USA)은 롯데케미칼이 참여한 유상증자(2750억원)를 통해 계약금 2700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 롯데케미칼이 추가로 투자해야 할 금액은 계약금을 제외하면 2조4300억원 규모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구체적인 내부 자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상반기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935억원으로, 이중 일부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활용할 계획이다. 외부 조달의 경우 금융권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투자확약서(LOC)를 받을 예정이다.
또다른 투자 사안인 '라인프로젝트(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의 경우 투자자금 조달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화로 5조원이 넘는 금액(39억달러)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에 롯데케미칼은 내부자금으로 40%를 이미 집행했고 나머지 60%인 외부 조달도 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글로벌 은행과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외부 조달에 따라 부채비율 역시 따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규모는 5조6244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8.5% 증가했다. 부채 역시 이 기간 25.8% 늘며 3분기 기준 9조3276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48.0%에서 53.0%로 높아졌다.
강 CFO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라인 프로젝트 투자를 실현하더라도 부채비율은 70%대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부채비율 유지 기조 속 자회사 지원 압박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120%였다.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이 70%대까지 올라가더라도 여타 기업과 비교하면 매우 준수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0년 사이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간 적은 한번도 없고, 70%대에 근접했던 시기도 2013년(69.8%)과 2016년(68.8%) 등 단 두번 뿐이다. 그만큼 롯데케미칼은 자금조달과 집행 시기 등을 관리하는 데 주력했다.
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 관리를 의심하지 않지만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선 일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알고 있듯 강종원 CFO는 "금융기관과 접촉 결과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69년생인 강 CFO는 1993년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전신)에 입사해 롯데엠알시, 롯데케미칼 등에서 재무 경력을 쌓았다. 2017년 롯데케미칼 타이탄 인도네시아 법인장을 맡다가 2020년 말 롯데케미칼의 CFO로 선임됐다.
강 CFO가 롯데케미칼 CFO로 선임될 당시 회사의 부채비율은 41.4%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이후 회사의 수소(투자 예정 금액 4조4000억원), 배터리 소재(4조원) 등 사업 전환 계획에 따라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53.0%까지 상승했다.
다만 최근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는 롯데건설에 연이어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로 롯데건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원을 출자한 데 이어 5000억원 규모의 자금도 대여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의 연결자회사로 편입된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도 진행했다.
강 CFO는 롯데케미칼 본연의 사업 확장뿐 아니라 자회사 지원 및 자금 회수 등 회사 전반의 자금 흐름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의 자금 대여 기간은 3개월로 짧지만,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대여 기간 연장이나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