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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석 경찰공제회 CIO "글로벌 위기, 포트폴리오 정비 기회"

②"한국경제 도약 기대, 주식 비중 확대·대체투자 유망 기회 발굴"

김경태 기자  2022-10-24 15:24:49

편집자주

자본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규모 양적 완화와 저금리로 유동성 파티를 즐겼지만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변수가 터졌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운용사의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확고한 투자 원칙을 토대로 만전을 기하며 위기와 함께 다가올 기회를 대비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주요 LP들의 현황과 투자 전략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경찰공제회는 작년 말 기준 4조7000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내의 주요 기관투자가다. 지난해 한종석 경찰공제회 금융이사(CIO, 사진)가 부임한 뒤 자금운용 조직을 정비하는 등 전문화된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 이사도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챙기고 있다.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 자람빌딩에서 만난 그는 글로벌 경기가 상당히 악화했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 밝혔다.

한 이사는 "오히려 한국이 가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특히 강조했다. 그는 세밀한 접근을 통해 이번 경제 위기에서 경찰공제회의 자산 배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기존 포트폴리오에 대한 심화된 관리를 추구하면서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거시적인 흐름에 부합하는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위기에 강한 한국, 도약 기회될 것…주식자산 비중 확대 고려"

집무실에서 만난 한 이사는 손수 출력한 해외의 여러 매크로(거시경제)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영국의 부도위험, 유럽의 에너지 대란,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 등 다양하고 복잡한 위기 신호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의 발단인데 아직 만만치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부분이 렌트비인데 미국의 경우 집값이 빠진 뒤 1년 정도는 경과해야 렌트비가 안정이 된다"며 "이제 집값이 내려가기 때문에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안정화될 소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엄혹해지면서 일각에서는 IMF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이전의 경제 위기들이 소환된다. 하지만 한 이사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여러 나라가 위기에 처했고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한국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가 IMF외환위기 때와 다른 이유로 외환보유고, 크지 않은 단기외채 비중, 상당한 수준의 대외순금융자산 세가지를 꼽았다.

한 이사는 오히려 위기 국면을 잘 활용해 국내 기업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 과정에서 기관투자가의 수장으로서 투자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IMF외환위기 때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한 체질 개선을 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차이나 성장 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반전시켜 반도체, 가전, 자동차 산업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번 위기를 새로운 도약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면 국내 주식도 투자 매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공제회 내부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적정한 진입시점과 추가 투자규모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경찰공제회는 운용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4~5% 정도인데 이번이 주식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주식 자산의 비중을 공제회 허용범위 내까지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채권 투자도 일정 부분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한 이사는 "전 세계에서 제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 금리가 4%가 넘는다"며 "연준이 발표한 대로 고금리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된다고 하면 채권 쪽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공제회는 채권 트레이딩 분야에도 관심이 있고 채권 비중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도전' 맞이한 대체투자, ESG·기후변화 관련 딜 '주목'

한 이사는 최근 글로벌 시장 상황 탓에 대체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처럼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대체투자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위험 투자로 분류되는 A급 회사채가 7~8%의 이자율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동일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이를 상회하는 대체 투자 기회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며 "기관투자가로서는 대체투자 선정 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최근에는 기존의 대체투자 자산을 전수 조사해 '심화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체투자 자산이 100개 가까이 되는데 팀별로 할당해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매주 4~5개 자산을 심도있게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이사는 앞으로 거시적 흐름 속에서 유망한 산업은 존재할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포착하는 운용사(GP)를 눈여겨볼 방침이다. 우선 ESG 중 기후변화와 관련해 주목하고 있다. 그는 최근 파키스탄 대홍수 사태를 언급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문제가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이사는 "우리나라가 예전에는 쌀 소비가 많았지만 현재는 밀 소비가 증가하면서 식량자급률이 19%에 불과한 현실"이라며 "현재 국내에는 거의 사례가 없지만 해외 경작지를 개발하거나 곡물터미널을 인프라 자산으로 확보하면 좋은 투자도 될 뿐 아니라 유사시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공제회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GP와도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 이사는 "현재 경찰공제회에 비어 있는 분야에 강점이 있거나 또는 가고 싶은 방향에 경쟁력이 있는 GP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며 "향후 금융 환경에 우리가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 기회와 아이디어를 높이 살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종석 경찰공제회 금융이사(CIO) 프로필

△1967년생, 서울대 경영학 학사 및 석사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메리츠자산운용 CIO
△케이핀자산운용 부사장
△경찰공제회 금융이사(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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