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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더레코드

80년대생들이 말하는 '요즘 CFO'

양도웅 기자  2022-10-04 16:03:58

편집자주

켜놓던 녹음기를 끄거나 바삐 움직이던 타이핑을 멈출 때 인터뷰이(Interviewee)는 그제서야 '진짜 이야기'를 꺼낸다. 기자는 이때 취재원 보호와 진실 보도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양쪽 모두 외면할 수 없는 게 기자의 의무. 더벨이 인터뷰이들과의 솔직담백한 후일담을 전하는 '오프더레코드'를 기획한 이유다.
▶"세대 간 존재하지 않는 차이를 부각하는 건 재미있을진 몰라도, 그로 인해 우리는 인구가 가진 다양한 면면을 몇 안 되는 특성으로 축소해버리고 만다." 영국의 킹스칼리지런던 교수인 바비 더피가 '세대 감각'이라는 책에서 지적한 세대론의 맹점이다. "우리는 한 번도 우리를 MZ세대라고 부른 적 없다"라며 세대론에 동조하지 않는 20·30대들이 공감할 만한 비판이다. 과거 X세대와 Y세대로 불린 지금의 50대와 40대들도.

▶하지만 세대론(선입견으로 바꿔 불러도 좋다)에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매번 과녁을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 소통할 때 세대론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일 수 있다. MZ세대가 '진짜로' 개인주의적이고 능력주의를 중시하는지와 별개로 MZ세대와 함께 해야 한다면 이를 고려해 대화를 시도하면 된다. 만나 보니 그런 성향이 약하다면? 그에 맞춰 관계를 이어가면 된다. 세대론이 문제라기보단 세대론으로만 상대를 이해하려는 게 문제다.

▶요즘 헤드헌팅 업계에선 3·40대(80년대생) 젊은 CFO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에서 이러한 요구가 많다고 한다. 다른 연령대보다 업계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에 빠르게 융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요청이다. 국내에 CFO라는 직책이 도입된 때가 1996년 즈음이니, 굳이 분류하자면 지금의 3·40대는 학창시절에 CFO라는 단어를 들은 첫 번째 세대다. CFO라는 낯선 단어와 직책에 친숙한 첫 세대.

▶최근 만난 80년대생 CFO들은 공통적으로 CFO의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고 밝혔다. 한 CFO는 "올해 사내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법무는 제외됐지만 그동안 전략과 기획, 인사, 법무 업무 등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자회사 대표도 겸하고 있다. 다른 CFO는 "영업과 개발 등을 제외한 스탭 조직 전반을 이끌고 있다"며 "가장 관심 갖는 업무는 '투자'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CSO(최고전략책임자)와 CHO(최고인사책임자), CIO(최고투자책임자) 등을 맡은 셈이다.

▶전략과 기획, 인사, 투자 등은 그간 CFO 업무로 분류되지 않던 영역들이다. 자금 유·출입과 비용 관리만 책임지면 됐던 CFO는 이제 작고 오래된 기업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들은 이제 '돈의 흐름을 아는 자'에게 '미래 설계'도 맡기고 있다. CFO들도 이에 부응하고 있다. 이런 탓인지 요즘 젊은 CFO들은 과거 CFO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CEO라는 꿈을 꾸고 있다. 최근 만난 80년대생 CFO들은 이구동성으로 "언젠가는 조직을 대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CFO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소심함'이다. 다르게 말하면 디테일을 중시하는 태도. 여기에 더해 리더는 배포가 커야 한다는 선입견까지 더해지면 CEO를 꿈꾸는 CFO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실제 CFO 출신 CEO들이 늘어나는 현실과 달리. 이에 대해 한 80년대생 CFO는 "소심하다고 꿈이 작은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재 80년대생 CFO들은 기존의 여러 선입견과 싸우고 있는 듯하다. 세대론을 마냥 비판하는 이들은 동의할지 모르지만 오래된 체제(앙시앙 레짐)를 뒤바꾸는 일은 후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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