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이 국내 주식시장이 국내외에서 평가절하 받는, 소위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불투명한 배당 절차를 지목하면서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기업에서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1차로 결정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직은 당국의 정확한 의중 파악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 더벨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배당 기준일을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 '이후'로 조정하겠다는 금융당국 의견에 대해 CFO들은 부족한 이해를 보이고 있다. 또는 배당 기준일과 지급일의 시차를 줄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배당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확정해 공개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투자자들이 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주식을 매매한다.
◆ CFO들 반응: "어떤 목적으로 배당 절차 개선하겠다는 것인지 궁금"
ㄱ상장사 CFO는 "최근에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어떤 목적으로 배당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ㄴ상장사 CFO는 "현재 당국의 입장 파악과 함께 대응책 마련을 위해 내부 논의 중"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ㄷ상장사 IR그룹장은 "관련 사안에 대해 팔로업을 더 해야 할 듯하다"며 "최근에 배당과 관련해 준비하던 것들이 있었는데, 추가로 (당국 의중을) 파악해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이 현행 배당 절차에서 꼬집은 점은 일반주주들이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수한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15일 "글로벌 스탠더드와 달리 배당금이 결정되기도 전에 배당받을 주주가 확정돼 시장의 판단 기회가 제한되고 이것이 낮은 배당성향을 초래하지는 않는지 등 살펴 볼 이슈들이 많다"고 밝혔다.
연 1회 배당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일반주주가 배당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12월 말일 이틀 전에는 주식을 사야 한다. 문제는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가 이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기대와 달리 배당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적은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준일과 지급일 사이의 긴 시차(3~4개월)도 일반주주 입장에선 불만스러운 점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개편안 내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김 부위원장의 발언을 오해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배당금 기준일과 지급일 사이의 시차를 좁히라는 뜻으로 김 부위원장의 발언을 이해하는 기업들이 있다.
ㄹ상장사 CFO는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보면 배당금을 빨리 지급하는 게 좋다"며 "하지만 이런 부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ㅁ상장사 IR담당자는 "빨리 지급하기 위해선 주총이 아닌 이사회에서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가 최종 결정되도록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시간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당국 입장: "'깜깜이' 상태에서 주식 사는 환경을 바꾸겠다는 것"
하지만 금융위는 시차를 지적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순히 배당금 지급일과 기준일의 시차를 줄이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일반주주들이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도 알지 못하는, 소위 '깜깜이' 상태에서 주식을 사는 환경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추후에 나올 개편안에는 기업이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 뒤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입해도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점쳐진다. 배당기준일이 배당금 확정 이후에 지정되도록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위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배당기준일, 즉 주주명부를 폐쇄하는 일은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정기주총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배당 지급 여부와 규모를 확인한 뒤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배당 절차의 투명성이 한층 더 높아지는 셈이다.
ㅂ상장사 CFO는 이에 대해 "지급할 배당금 규모 등을 미리 시장에 알려주면서 투자를 유도하게끔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IR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