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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LG 주가, 트리거는 주주친화 의지

구광모 회장 이례적 주주친화 행보...배당 확대 예고·자사주 매입

조은아 기자  2022-06-16 10:27:01
LG

편집자주

오너와 주주 사이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요즘이다. 기업 총수를 회장님이라고 존칭하기보다 '형'으로 부른다. 오너의 경영 방식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만큼 오너의 언행이 기업의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리스크로 돌아오기도 한다. 더벨이 오너 경영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봤다.
㈜LG는 재계 4위 LG그룹의 지주사이지만 주식만큼은 그간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주가 변동폭이 워낙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의 코로나 사태, 지난해 LX그룹 분할 등 '빅 이슈'를 제외하면 5만~8만원 사이를 오갔다.

무겁던 ㈜LG 주가를 움직인 트리거는 구광모 회장의 주주친화 의지였다.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워낙 많지만 오너가 의지를 확실하게 내보이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주가 상승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LG의 존재감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변동폭 적어 관심에서 멀어진 ㈜LG 주가

㈜LG 주가가 무거웠던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자체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순수 지주회사인 만큼 사업형 지주회사보다도 더욱 지주사 디스카운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 등 자회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LG 주가도 관심에서 더욱 멀어졌다.

오너십과 연결 지어도 딱히 눈에 띌 만한 일이 없었다. LG그룹이 일찌감치 지주사로 전환한 덕분에 ㈜LG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승계과정에서 다른 계열사 지분없이 오직 ㈜LG 주식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움직임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너 리스크로 불릴 만한 사건도 없었지만 오너 일가가 주가에 큰 관심을 쏟은 것도 아니었다. 주식을 매입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가족이 판 걸 가족이 되사거나 혹은 가족과 함께 매입하면서 오너 일가의 합산 지분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차원에 그쳤다.

이는 LG그룹이나 GS그룹처럼 오너 일가 여럿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양상이다. 지분을 매입할 때 친인척의 협의가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주가 부양이나 책임 경영을 위해 주식을 매입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 LG그룹 오너 일가는 40%대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이 이뤄진 것도 무려 17년 전인 2005년이다. 이 역시 주가 부양의 목적은 아니었다. ㈜LG는 203억원을 들여 76만800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임직원에게 앞서 부여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관련해 주가 상승에 따른 회사 부담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자사주 매입하고 배당 확대 예고, '달라진 기조'

그러나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이같은 기조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LG그룹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LG는 2020년 초 처음으로 배당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지주회사 특성을 반영해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 별도기준 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년여가 흐른 지난 5월 말에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정책에서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문구도 없애기로 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물론 배당정책 수정 역시 LG그룹의 그간 행보로 볼 땐 파격으로 통한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하루 만에 주가는 9.6% 상승했다. 보통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도 주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이다. 발표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렸다기보다는 그간 주가에 다소 무심했던 기조에서 변화가 예고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번에 처음으로 현금 활용 방안도 밝혔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보면 4월 기준 보유한 현금은 1조9000억원+알파(α)이다. 자사주 매입에 사용되는 5000억원을 제외하면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1조4000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주환원 5000억원 △성장투자 1조원+α △운영자금 4000억원 등이다. 특히 신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A) 등 직간접 투자 외에도 자회사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구광모 회장, 배당 확대로 상속세 재원 증가

주가 부양은 결국은 승계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구 회장은 앞서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았는데 상속세 규모만 7000억원대에 이른다. 구 회장은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5년 동안 6회에 걸쳐 상속세를 나눠내고 있다. 2023년 11월까지로 올해와 내년 두 차례 남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매년 연봉과 배당, 보유 지분 활용 등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 회장은 현재 15.95%의 지분율로 ㈜LG의 최대주주다. 주주친화 정책이 늘어날수록 최대주주 구광모 회장을 포함해 모든 주주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배당을 많이 받을수록 상속세 재원도 늘어난다. 실제 구 회장 취임 이후 배당은 매년 200~300원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주당 1300원이던 배당금은 22021년 2800원으로 증가했다. 4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순이익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상속세 납부라는 현실적 문제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조항이 일부 삭제된 만큼 배당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유한 일부 지분을 매각해 남은 상속세를 납부하더라도 주가가 오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상속세는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를 기점으로 전후 2개월간의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구 회장이 ㈜LG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분납한다면 상속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4개월간의 평균 주가보다 매각 시점의 주가가 높을수록 이득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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