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반도체다. SK그룹의 투자계획 중 절반 이상은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집중됐다. 절반이 넘어가는 투자규모만 봐도 SK그룹에서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늠된다. 투자가 지속되는 만큼 미래 성장성도 높다. SK그룹의 '반도체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26일 발표한 SK그룹의 반도체·소재 투자금은 2026년까지 총 142조원이다. 이번 투자계획에 따르면 1년에 집행되는 반도체·소재 부문 투자는 평균 28조원 이상이다. 전체 투자금액이 5년간 247조원인데, 반도체·소재에 투입되는 금액이 이중 57.5%에 달한다. 2018년 3년간 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당시에도 61%가 반도체·소재 부문에 집중됐었다.
반도체 사업이 SK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SK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69조원으로 나타났고, 전체 당기순이익은 18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43조원으로 전체 그룹 매출의 25.4%를 책임졌다. 당기순이익만 따져보면 비중이 훌쩍 높아진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은 9조원으로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SK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그룹내 반도체 사업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SK그룹은 이미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를 10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SK㈜도 지난달 전기차에 사용되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의 경영권 인수 및 유상증자에 1200억원(지분 95.8% 확보)을 투자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소재에도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주사 SK㈜를 통해 2015년에는 반도체 특수가스 기업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와 웨이퍼 사업을 영위하는 SK실트론을 2017년 인수했다.
여기에 향후 5년간 이뤄질 142조원의 투자를 더하는 만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SK그룹의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전환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반도체 역사에 최태원 회장(
사진)의 '신의 한 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우려했던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인수를 최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하이닉스는 연 2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었다.
모든 이들의 회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3조4267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를 인수한 일은 SK그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계 역사상 길이 남을 선택이다. 이달 공정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SK그룹은 16년만에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2위에 올랐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최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었을 것이다.
반도체·소재 사업 다음으로 투자비중이 높은 곳은 그린 비즈니스 분야다. 전기차 배터리부터 배터리 소재, 신재생에너지가 주된 사업영역이다. SK그룹은 아직 이 사업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사업이 아직 적자 상태다.
그럼에도 6년간 67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SK그룹의 성장으로 되돌아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