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은 지난해부터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을 맡아 재계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이 발표한 '신기업가정신'에도 사회와 발맞추기 위해 재계 맏형으로서 기업인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민간 주도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화답해 기업도 사회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공개된 신기업가정신 선언에는 '지속적 혁신과 성장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은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SK그룹은 선언식 이틀 뒤인 26일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247조원을 투자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내 투자금액이 5년간 179조원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72.4%에 달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계획을 종합하면 SK그룹이 삼성전자(5년간 450조원)의 뒤를 이은 2위로 나타났다. 재계 2위로 올라선 기업집단의 총수이자 재계 맏형으로서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의 투자금액을 연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1년간 50조원의 투자가 이뤄지게 된다. 2018년 SK그룹이 발표했던 투자계획에 비해 규모가 대폭 늘었다. 당시 SK그룹은 3년간 80조원의 투자를 약속했었다. 해마다 27조원 수준의 투자가 이뤄졌던 셈이다. 이날 발표된 투자금액은 지난번 대비 85% 늘어난 수치로 볼 수 있다.
투자가 늘어나며 고용계획도 확대됐다. 2018년 SK그룹은 투자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2만8000개로 내다봤는데, 이번에는 총 5만명의 인재를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액은 달라졌지만 분야에는 변화가 없다. 2018년 SK그룹의 투자는 반도체·소재(49조원), 에너지 신산업(13조원), 차세대 정보통신기술(11조원), 미래 모빌리티(5조원), 헬스케어(2조원) 등의 분야에서 이뤄졌다. 이번 투자는 반도체·소재(142.2조원), 그린 비즈니스(67.4조원), 디지털(24.9조원), 바이오·기타(12.7조원) 등 분야에서 진행된다.
사업분야별 투자규모 순서는 바뀌지 않았지만, 세세한 비율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2018년 반도체·소재 사업에 투입된 비중은 전체 투자금의 61.3%였는데 이날 발표된 계획에서는 57.6%로 줄었다.
에너지 신산업과 미래 모빌리티의 비중은 2018년 22.5%였는데, 이를 아우르는 그린 비즈니스가 이번 투자계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3%로 늘어났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비중은 13.8%에서 10.1%로 하락했고, 바이오 분야 투자비중은 2.5%에서 5.1%로 확대됐다.
캐시카우인 반도체·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속력을 내기 시작하며 투자계획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직은 적자를 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지금의 반도체 사업과 같이 SK그룹의 먹거리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바이오 분야 투자비중이 두 배가량 뛴 점도 눈에 띈다.
SK그룹은 국내에만 5년간 17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국내 투자계획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었다. 투자금액을 공개한 것은 숫자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반도체 및 소재 분야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2·3차 협력업체의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 파급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또 그린 에너지사업에서의 투자가 탄소감축이라는 결실로 이어져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K그룹은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인 2억톤의 탄소를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