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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길을 찾다

현대차그룹, '내연기관·협력사' 투자...38조가 가른 차이

②국내외 투자 '76조' 결정, 2018년 국내 투자 23조...文정부 출범 때보다 '3배' 껑충

김서영 기자  2022-05-26 09:48:39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주요 그룹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보다 많아진 투자 규모와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친기업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명운이 걸린 투자 계획을 들여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윤석열 정부 출범 보름 만에 대규모 국내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기아, 그리고 현대모비스 3사를 합쳐 2025년까지 63조원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한국을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2018년 1월 밝힌 국내 투자 규모는 23조원이었다. 투자 기간은 2018년부터 5년간, 2023년까지다. 최근에 밝힌 투자 규모가 전 정권 출범 시기에 밝힌 규모에 약 3배에 이른다. 전동화 및 신사업 투자 규모는 비슷하나 내연기관차 및 협력사 투자에 38조원을 배정하며 전체 투자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24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국내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5년까지 △전동화/친환경 16조2000억원 △신기술/신사업 8조9000억원 △기존사업(내연기관차 및 협력사) 38조원 등에 63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지난주 주말은 현대차그룹이 연달아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그야말로 '슈퍼 위켄드(super weekend)'였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21일과 22일(한국 시간)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미국 조지아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에 55억달러, 미래 신사업 관련 투자 50억달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국내 기업 총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50분과 독대해 100억달러, 우리 돈 13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매듭지었다. 이튿날인 이달 24일에는 국내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미국 현지 투자 결정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18.01.17), 정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2.05.22)
앞서 2018년 1월17일 현대차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반년 뒤 조 단위 투자 계획을 꺼내 들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경기도 용인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에 해당하는 5대 신사업 추진 계획을 소개했다. 5대 신사업 추진에 향후 5년간 약 23조원을 투자하고, 일자리 4만50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및 신사업 분야의 투자 금액은 2018년과 이달 발표안 사이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최근 발표한 국내 투자 계획은 △전동화/친환경 16조2000억원 △신기술/신사업 8조9000억원으로 모두 25조1000억원이다. 2018년 발표한 5대 신사업 투자 규모인 23조원보다 9% 확대된 수준이다.

23조원과 63조원, 투자 규모에 큰 차이를 낸 요인은 다름 아닌 '기존 사업' 투자안이다. 특히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협력사와의 '상생' 분야에 대거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 및 협력사에 3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투자액의 24%를 차지하는, 투자 규모가 가장 큰 항목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동화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 투자 계획만 밝힌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된다"며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들의 상품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완성차 업체, 부품업체 등 한국 자동차산업이 친환경 미래차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며 "연관 부품사들에게도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미래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한 수익성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벤더에 자동차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벤더에는 한라그룹의 만도(자율주행·ADAS), 한온시스템(공조시스템), 서연이화(도어트림), 에스엘(고부가 램프), 화신(엔진) 등이 있다. 이들은 수년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발맞춰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해온 협력사들이다. 이번 국내 및 미국 투자로 낙수효과를 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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