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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우량기업 리뷰

'부부 경영' 흥국에프엔비, 한쪽에 쏠린 지분 구조

②창업자 박철범 대표 지분율 1%대 유지…지배력 안정화는 오길영 대표 '몫'

정유현 기자  2022-05-30 14:26:02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2022년 5월 기준 전체 1554개 코스닥 상장사 중 442개사(28%)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71개사가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흥국에프엔비는 부부가 공동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지분 무게 추는 한쪽으로 쏠린 흥미로운 구조다. 통상 부부 경영을 내세운 기업이라도 대부분 창업자가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흥국에프엔비는 창업자인 박철범 대표는 1%대 지분율만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가 제품 개발 및 생산, 영업 등 현업에만 집중하고 재무, 마케팅 등 경영 전반의 의사 결정은 49%대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배우자인 오길영 대표가 담당한다. 가정과 기업 경영 양쪽에서 아름다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부부간의 신뢰가 두텁기 때문에 두 대표가 지분 구조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평가다.

◇ 2014년 각자대표 체제 출범…오길영 대표에 쏠린 '지배력'

흥국에프엔비는 박철범 대표가 대학교 졸업 후 두산 외식사업부에서 '버거킹' 생산 장비를 납품하다가 서른세 살에 창업을 결심하며 시작됐다. 박 대표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을 밀어붙였고, 미국에서 식품 제조 장비를 수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수입일을 하기 위해 부친의 회사인 '흥국화학'의 이름을 빌려 처음 사명을 '흥국무역'으로 지었다. 이후 'HK트레이딩'으로 변경했다.

장비 납품을 하던 박 대표가 음료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02년이다. 당시 대만에서 타피오카를 수입해 버블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블티 열풍이 식으며 2년 만에 사업을 접었고 음료 프랜차이즈에 납품하는 원료 분야로 도전을 다짐했다. 이 모든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흥국에프엔비를 출범시켰다.

사업 확장에 몰두했던 박 대표는 초기에 다른 인물을 대표이사로 내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2008년에 최순례, 박용준 씨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길영 대표이사는 등기이사직만 유지하다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박철범 대표는 2012년에서야 경영 일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박철범-오길영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시켰고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기업공개 기준으로 살펴보면 박 대표는 지금까지 1%대 지분율만 유지하고 있다. 2015년 1월 기준 흥국에프엔비의 최대주주인 오길영 대표의 지분율은 75.22%, 박 대표는 1.59%였다. 자녀인 박진하·준하·상하 씨는 각각 0.0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박 대표 가족이 총 77%대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였다.

이 외에 5% 이상 주주는 '아주 Agrigento 1호 투자조합'(5.19%), 'KoFC-KDBC 2010-4호 벤처투자조합'이 6.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상장 후 쏠쏠한 수익을 올리며 엑시트에 나선 탓에 2015년 3분기부터 오길영 대표만 5% 이상 주주로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박 대표의 지분율은 1.09%, 오 대표는 49.08%, 자녀인 박준하·상하 씨가 각각 0.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길영 대표 회사 안살림 책임, 박철범 대표 'R&D·영업' 집중

경영을 맡고 있는 오 대표가 꼼꼼하게 조직을 챙겼다면, R&D와 영업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박 대표의 도전 정신이 회사의 성장 기반을 닦았다. 회사 살림을 맡고 있는 오 대표 덕분에 박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프리미엄 식음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 대표는 CB 발행 등의 이슈가 있을 때 콜옵션 등을 행사하며 안정적인 지배력을 다지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18년 110억원 규모로 2회차 CB를 발행할 당시 흥국에프엔비는 콜옵션 비율을 70%로 설정했다. 오 대표는 2019년 11월부터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매각하는 과정을 거쳐 평가 차익뿐 아니라 50% 가까운 지분율을 유지했다. 박 대표도 CB 인수 등의 이슈가 있을 때 가끔 공시에 등장은 했지만 1%대의 지분율은 변함이 없었다.

박 대표는 경영관리 보다는 현업에서 발로 뛰며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 1년 중 절반은 직접 충청북도 음성에 위치한 공장에 출근해 품질 점검을 하고, 새로운 맛과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해외 출장에 나선다. 직원들로 구성된 패널들과 함께 관능 평가도 같이한다. 반짝 유행에 그치는 맛이 아니라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맛을 찾기 위해 다양한 나이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 맛 평가에 나선다.

소비자의 트렌드와 맛뿐 아니라 새로운 식음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찾기 위해 기계 박람회 등에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선제적으로 제품을 도입해 고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흥국에프엔비가 업계에서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사업 확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오 대표가 든든하게 내부 살림을 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흥국에프엔비 관계자는 "오 대표가 회사 내부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를 믿고 박 대표는 R&D와 영업 등에 집중할 수 있다"며 "부부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지분율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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