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흥국에프엔비'는 과일 농축액, 에이드, 커피, 디저트까지 카페 산업에 필수적인 제품을 공급하며 성장한 '카페 토탈 솔루션 ODM(주문자 개발 상품)' 기업이다. 스타벅스, 이디야 등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 카페로도 공급처를 넓히며 카페 사업의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소비자의 니즈와 맛 트렌드를 연구하며 개발한 제품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케이(K)-카페 문화 정착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카페, 쿠팡, 컬리 등 안정적인 거래처에 제품을 납품하며 B2B(기업 대 기업) 중심으로 사업을 키웠다면 이제는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푸룬으로 유명한 '테일러팜스'를 인수한 것도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B2B를 넘어 B2C까지 총망라하며 프리미엄 식음료 분야의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대표 기업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다.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 841억, 중견기업부→우량기업부 '두 단계' 상승
흥국에프엔비가 올해 코스닥 시장의 우량기업부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자기자본(자본총계) 700억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두 단계 올라섰다. 흥국에프엔비의 자본 총계는 2015년 코스닥 상장 후 2020년까지 600억원대 수준이었다. 지난해 대형 프랜차이즈 공급 제품 다변화 및 M&A 효과 등으로 순이익이 증가한 데다 이익잉여금이 쌓이며 자본총계도 늘었다. 2021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81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매출 500억원 이상 등의 기준은 이미 달성해둔 상태였다. 흥국에프엔비의 3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537억6723만원, 2020년 504억1400만원, 2021년 715억3104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카페 산업이 침체되면서 2020년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지만 500억원대 규모를 유지했다. 지난해 실적은 225억원(지분 75% 확보)에 인수한 테일러팜스의 매출이 포함되며 규모가 700억원대로 껑충 뛴 것이다.
흥국에프엔비는 식음료에 대한 R&D를 기반으로 제품을 제조, 과일농축액, 스무디와 같은 음료 베이스와 커피 그리고 디저트까지 카페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기업명은 생소하지만 카페를 자주 간다면 최소 한 번 이상은 흥국에프엔비의 제품을 맛봤다고 볼 수 있다.
흥국에프엔비의 가장 유명한 제품은 '자몽농축액'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은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착즙주스다. 2000년대 후반 자몽농축액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자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농축액과 음료 베이스, 착즙주스 등으로 사업군을 확장했다. 시장이 커지며 자체 생산으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충북 음성에 공장을 준공하며 설비 투자도 점차 늘렸다.
2015년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품목 다변화에 나섰다. 과일 음료, 커피, 베이커리까지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로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홈카페족을 겨냥해 캡슐 커피 사업에도 진출했다.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규 포트폴리오 확대 및 유망 거래처도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랩노쉬로 유명한 이그니스에 20억원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충북 음성의 제조 시설을 기반으로 분말과 물을 섞어 마시는 간편식인 랩노쉬 제품의 제조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이어터 사이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인 '라라스윗'의 제조도 흥국에프엔비가 담당하고 있다.
◇'양날의 검' 된 IPO, R&D 바탕으로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
카페 산업이 커지며 흥국에프엔비도 승승장구했지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흥국에프엔비는 스타벅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에 제품을 납품하며 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알짜배기 중견 회사였다. 회사의 더 큰 성장을 위해 IPO를 택했는데, 상장 후 기업 정보가 공개되면서 생각지 못했던 진통을 겪었다. IPO가 흥국에프엔비를 옥죄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높은 이익률에 거래처들이 이탈하거나 단가를 깎으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략적으로 중국 진출을 준비해왔는데 2017년 사드 여파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쟁자 등장으로 이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15년 20%대였던 영업이익률은 2016년부터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진통을 겪었지만 품질 이슈가 중요한 업종 특성상 흥국에프엔비가 20여년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따라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동건 흥국에프엔비 전략기획실 전무는 "IPO의 장점도 있지만 회사 내부 내용이 오픈되다 보니 경쟁사들이 등장했고 거래처들의 압박도 있었다"며 "회사는 초고압처리공정(HPP)기반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는데 이게 따라오기 힘든 기술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들이 흉내는 냈지만 결국 품질과 맛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형 고객사들이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이때 경영진들은 사업 다각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B2C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자체 브랜드 '수가(SUGA)'를 론칭하고 과일 착즙 주스 등을 납품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수가 브랜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B2B 전용 상품은 'Hmade(에이치메이드)', 개인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은 '오늘의 일상'으로 이원화했다.
여기에 테일러팜스를 통해 헬스케어 식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테일러팜스 제품을 통해 중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추가로 B2C 사업 확장을 위해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신 전무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카페, 외식, 헬스케어까지 모든 걸 아우르는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마케팅, 제조, 기술 개발 등을 총망라하는 프리미엄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가는 것이 목표로 회사의 방향과 맞는 기업의 M&A를 진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