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의 주주환원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으로 줄어들 배당재원을 한국조선해양의 배당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로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자회사들의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자회사들이 1분기부터 충당금을 쌓은 탓에 2022년을 적자로 시작했다. 배당 계획이 시작부터 삐끗하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9077억원, 영업손실 3964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6.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5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연결 영업손실에는 강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충당금이 1471억원 반영돼 있다. 자회사별로 현대중공업 656억원, 현대미포조선 316억원, 현대삼호중공업 499억원이다. 이외에도 현대삼호중공업과 자회사 현대인프라솔루션, 현대중공업의 플랜트 작업물량에서 공사손실충당금 1119억원이 발생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어 예상치 못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며 “공사손실충당금은 신규 선박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해양플랜트 하자보수충당금 447억원의 경우 환입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에도 추가 충당금을 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2022년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협상이 톤당 10만원 인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조선업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가격 변동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한국조선해양 자회사들은 후판 매입가격이 2020년 톤당 66만7000원에서 2021년 112만1000원으로 치솟아 합계 충당금 896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었다. 상반기 가격 인상 폭이 지난해보다는 작은 만큼 충당금 규모도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추가 충당금이 올해 실적의 불안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한국조선해양의 불안한 2022년 실적 출발에 업계에서는 배당과 관련한 우려의 시선이 흘러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배당 개시와 관련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모회사 HD현대는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으로 배당재원이 줄어들더라도 1주당 3700원, 별도기준 배당성향 70%의 고배당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과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배당을 개시하면 이를 배당재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배당을 실시하지는 않았으나 별도기준 배당성향 30%의 배당정책은 수립해 뒀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본격적 실적 개선으로 배당재원이 발생하는 시기부터 배당정책에 맞춰 배당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에게 배당재원은 자회사가 밀어올리는 배당금 뿐이다. 설계용역과 라이선스 수익사업 등 자체사업이 있기는 하나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순수지주사라는 점에서다. 때문에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올해 배당 개시를 장담할 수 없다.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들 중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것은 현대삼호중공업 뿐이며 현대중공업은 3년째 배당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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