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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5조 어닝 쇼크

'주차장부터 사옥까지'···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⑦운영자금 확보 위해 부동산 매각 '러시'

양도웅 기자  2022-04-27 16:30:59

편집자주

'전력 공룡'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이 자그마치 5조2200억원에 달한다. 웬만한 대기업이 이익으로 내기 힘든 숫자를 손실로 냈다.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전력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답은 '전기 요금 현실화'이지만 정부와 시민사회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뜨뜻미지근한 모양새다.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과 비용을 대신 짊어진 한전을 더벨이 살펴본다.
주차장, 아파트, 생활편의시설, 사옥, 잡종지 등···. 지난해 5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부족한 운영자금을 메우기 위해 매각한 부동산 목록이다.

2021년은 최근 10년래 가장 많은 부동산을 매각한 해였을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에 서울 강남구 부지를 양도한 2014년을 제외하고 부동산 매각으로 가장 많은 돈을 확보한 해였다. 최대주주인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은 회사채 발행과 함께 회사가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구책이다.

올해도 실적 악화의 원인인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이 계속되고 있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부동산 매각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생활편의시설과 업무시설을 팔아 5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고 최근 이사회는 추가 유휴 부지 매각을 결정했다.


(출처=온비드)

◇ 지난해 부동산 매각 55차례 시도, 319억원 확보

19일 온라인공공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총 55차례 부동산 매각을 시도했다. 서울, 경기, 부산, 울산, 충남, 경남 등 전국 각지에 있는 토지와 건물들을 대거 매물로 내놨다.

55차례의 부동산 매각 시도 가운데 낙찰된 건수는 13건이었다. 이를 통해 한전은 총 319억원을 마련했다. 이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회사가 한 해 동안 부동산 매각으로 거둬들인 자금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가장 큰돈을 확보한 때는 2014년으로 당시 한전은 서울 강남구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매각했다. 가격은 약 10조원이었다.

또한 319억원은 한전이 1년간 물과 전기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수도광열비 453억원의 70%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필수 설비투자금도 외부에서 조달한 한전 입장에선 자금 운용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규모의 자금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각한 부동산 가운데 눈에 띄는 자산은 구(舊) 파주지사 사옥이다. 다섯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8월 223억원에 낙찰됐다. 같은 해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한 319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 파주지사 사옥의 매수자는 부동산개발업체인 티아모(Tiamo)로 현재 우리자산신탁에 자산을 신탁한 상태다.

이외에 구 연천지사 사옥, 부산 잡종지, 서울 양천구 주차장, 경북 구미 아파트, 서울과 경기 등에 있는 생활편의시설 등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부동산개발업체인 티아모에 223억원에 매각된 한국전력공사의 구 파주 사옥 모습. (출처=온비드)

◇ 올해도 이미 2곳 매각···의정부 변전소 부지도 처분 결정

한전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운영자금 확보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1·2분기 모두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0원으로 동결하면서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판매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발표된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전은 전기를 kWh당 125.3원에 사와 115.8원에 판매했다. 올해 2월엔 kWh당 162.5원에 사와 115.2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전의 손실 규모는 지난해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한전은 올해 4월까지 총 7차례 부동산 매각을 시도해 2건을 성사시켰다. 전남 고흥에 있는 생활편의시설과 경북 안동에 있는 업무시설이다. 이를 통해 48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과거 매각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전국 각지의 건물과 토지들이 시장에 다시 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지난달 이사회는 올해 3번째 회의에서 경기 의정부 변전소 이전으로 발생한 잔여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변전소 부지는 최소 3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만kW 이상 발전소, 300억원 이상인 고정자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채권(한전채) 발행 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한전채 발행을 마냥 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비용 절감을 포함한 유휴 자산 매각으로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전법은 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 금액은 약 72조원이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미상환 한전채 잔액은 52조5639억원이다. 20조원의 발행 여유가 있지만 시장금리 상승으로 발행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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