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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곳간 채워 분할 자회사 출범

LS이모빌리티솔루션에 945억원 이전, 자산 82% '현금'

김형락 기자  2022-04-27 16:19:38
LS일렉트릭이 전기차 부품 제조사업을 전담할 신설 자회사에 현금을 넉넉하게 떼어 줬다. 향후 증설 투자를 염두에 두고 이전하는 자산 대부분을 현금으로 구성했다.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되는 LS일렉트릭의 재무 체력을 고려해 분할 구조를 짰다.

LS일렉트릭이 1일 LS이모빌리티솔루션을 설립한다. LS일렉트릭에서 전개하던 사업 중 전기차 계전기(EV Relay)사업 부문을 단독 법인으로 독립시킨다.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를 승인받았다.

분할 방법은 LS일렉트릭이 LS이모빌리티솔루션 발행 신주 전량(1000만주)을 취득하는 단순 물적분할이다. LS일렉트릭이 비상장사 LS이모빌리티솔루션 지분을 100% 보유하는 형태다.

전기차시장 개화에 발맞춰 EV Relay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는 의도다. EV Relay사업은 그동안 LS일렉트릭 주력 사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지난해 EV Relay사업 부문에서 거둔 매출은 585억원이다. LS일렉트릭 연결 기준 매출(2조6683억원)의 2% 수준이다. LS일렉트릭은 전력 송배전 관련 기기·시스템을 공급하는 전력사업과 산업자동화, 에너지 절약 기기·시스템을 공급하는 자동화사업에서 각각 매출 76%(2조213억원), 18%(4882억원)를 올리고 있다.

EV Relay는 전기차를 구동하는 파워 트레인에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거나 차단하는 부품이다. 2016년 3억3953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EV Relay 시장은 2026년 54억6796만달러(약 6조1186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GLOBAL EV RELAY MARKET RESEARCH REPORT 2021 기준)된다.



LS일렉트릭은 생산 기반보다 현금 지원에 주력했다. 분할 전후 재무상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자산총계 1156억원 규모로 출범한다. 이 중 82%(945억원)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다. 나머지는 매출채권 10%(111억원), 재고자산 4%(43억원), 유형자산 3%(35억원) 순이다. 대규모 설비 이전보다 투자 재원 형성에 무게를 둔 분할이다.



분할 칼자루는 구자균 LS일렉트릭 대표이사(회장)가 쥐고 있었다. LS일렉트릭은 분할 대상 사업 부문에 속하거나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산을 신설회사에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분할 이후 신설회사의 영업·투자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고려해 대표이사의 결정으로 그 가액을 증감시킬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줬다.

구 회장은 LS일렉트릭이 쌓아둔 여윳돈이 LS이모빌리티솔루션으로 흘러가도록 분할 구조를 설계했다. 지난해 말 LS일렉트릭이 개별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유동성은 6073억원이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014억원, 금융기관 예치금은 59억원 규모였다.



LS일렉트릭은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유동성을 비축하는 재무전략을 펴왔다. 최근 3년 개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들어온 자금은 1300억~2800억원이다. 여기서 자본적 지출, 배당금 지급을 뺀 잉여현금흐름도 꾸준히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잉여현금흐름은 2019년 777억원, 2020년 1869억원, 지난해 520억원이다.

부채 상환 대책도 미리 마련해뒀다. LS일렉트릭이 발행한 회사채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700억원이다. 이번 달 29일 500억원을 시작으로 다음 달 500억원, 10월 700억원을 차례로 상환해야 한다. LS일렉트릭은 지난 1월 각각 600억원 규모 만기 3년, 5년 회사채를 찍어 상환대금 1200억원을 조달해뒀다. 부족한 500억원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김원일 LS일렉트릭 부사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린다. LS일렉트릭에서 EV Relay사업활성화 TFT장을 지낸 김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내려보낸다. 자산 규모를 고려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오재석 LS일렉트릭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과 김순우 사업전략실장(CSO, 이사)도 LS이모빌리티솔루션 사내이사로 합류한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투자가 필요한 때 자체 현금성 자산을 투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가지고 분사했다"며 "주력 사업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EV Relay사업을 미래 사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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