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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박상현 두산중공업 CFO가 만든 '588일의 변화'

①차입금 5.3조→3조원대로 축소…재무적 '정상 기업' 부활

박기수 기자  2022-04-27 16:17:2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588일'은 박상현 두산중공업 최고재무관리자(CFO, 사진)가 두산중공업 CFO로 부임한 시점부터 두산중공업이 채권단 졸업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박 부사장은 2020년 7월 21일 비정기 인사로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의 부름을 받았고 2022년 2월 28일 채권단 졸업이라는 임무를 완수했다.

두산중공업에 오기 전 박 부사장의 소속은 두산밥캣이었다. 두산밥캣 CFO였던 박 부사장이 CFO로서 가장 조명받았던 능력은 '상환'이었다. 2019년 중순 약 2억5000만달러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두산밥캣의 차입금의존도를 2018년 말 17.1%에서 2019년 말 12.4%로 경감시켰다.

◇최우선 목표는 '상환'…차입금 잔액 이제 '3조'

박 부사장이 두산중공업 CFO로 부임하면서 받은 임무는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이었다.

박 부사장이 부임한 당시 두산중공업은 국책은행으로부터 긴급지원자금 3조원을 수혈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채권단 산하 관리 체제로 들어섰던 시기였다. 비용 절감, 특히 쌓여있던 차입금의 상환이 제1목적이 됐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박 부사장 부임 당시인 2020년 상반기 말 두산중공업의 차입 부담은 상당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4조4358억원, 유동성장기부채가 4222억원이 있었다. 도합 약 5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의 만기가 1년 내로 도래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던 셈이다.

박 부사장 부임 이후 두산중공업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더불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등으로 자본확충을 이뤄냈다. 이중 일부가 상환 자금으로 쓰였다.

이에 박 부사장 취임 1년 반만인 작년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3조2794억원대로 2020년 상반기 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 전체 차입금 규모는 2020년 상반기 말 5조3467억원에서 작년 말 4조7238억원으로 13.19% 줄었다.

별도 총차입금 4조7238억원은 두산중공업이 작년 말 추진했던 1조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유상증자로 마련된 자금 중 일부가 상환 자금으로 쓰였고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더벨 취재 결과 두산중공업의 현재 별도 총차입금 잔액은 약 3조원대로 크게 줄었다.




◇거듭된 상환, 차입처도 '축소'

차입처 구성도 간결하게 바뀌었다. 2020년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두산중공업의 단기차입금 차입처는 △한국산업은행 외 △국민은행 △HSBC 외다. 작년 말에는 우리은행과 산은 등으로 차입처가 압축됐다.

잔액의 경우 한국산업은행 외에서 빌린 차입금은 3조1284억원, 우리은행 외에서 빌린 차입금은 1510억원이다. 유상증자 단행 후 현재는 이 수치보다 차입금 규모가 더 작아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장기차입금도 두바이의 마쉬렉뱅크(Mashreqbank)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고 수출입은행으로 차입처를 좁혔다. 작년 말 기준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 잔액은 5280억원이다. 이외 올해 7월 만기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장기차입금 286억원도 남아있다.




차입 감축은 곧 전사 재무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다. 박상현 CFO 취임 당시 2020년 말 두산중공업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92.9%, 48%이었다. 이 수치가 작년 말에는 각각 146.1%, 35%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작년 말 기준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2022년 3월말)에서는 더 개선됐을 가능성이 크다. 588일만에 두산중공업은 재무적 '정상 기업'으로 다시 거듭난 셈이다. 채권단 졸업 요건을 충족한 두산중공업의 재무지표는 다음 달(4월)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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