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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두산중공업의 '1877억' 분골쇄신 결과는

②원가 개선 노력, '정상 기업'으로…시장도 신용등급 '상향 조정'

박기수 기자  2022-04-27 16:17:46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벨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2020년 상반기,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으로 이뤄진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서면서 두산중공업 사옥에는 회사 밖 인물들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국책은행에서 파견 나온 일종의 관리단이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에서 각 1명씩 파견돼 회사 경영의 사사건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으로서는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각 사업 부문 임직원들이 수시로 그들에게 업무 상황을 보고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채권단에게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질책을 듣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돈을 빌려주고 빌린 관계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두산 오너가로서는 하루 빨리 이 체제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인력 구조조정의 외상 '해고급여'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을 '비정상 기업'이라고 정의한 바로 그 시점, 최고재무관리자(CFO)로 부임한 박상현 부사장은 회사 안에서 가장 고민이 깊은 인물이었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박 부사장도 지나가야 할 통과선이 있었다. '인력 구조조정'이다.

재무제표로도 그 외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0년과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해고급여'로 2020년에는 1850억원, 작년에는 27억원을 썼다. 총 1877억원이다. K-IFRS 정의상 해고급여는 '종업원을 해고하는 기업의 결정이나 해고대가로 기업이 제안한 급여를 받아들인 종업원의 결정으로 생기는 급여'다.

대량의 해고급여가 발생한 2020년 실제 두산중공업의 근로자는 당해 말 기준 5587명으로 2019년 말 6721명에 비해 16.9% 줄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2019년 말 5908명에서 1년 만에 4676명으로 20.9% 줄었다.




정리해고 결과 두산중공업의 종업원급여는 눈에 띄게 줄었다. 퇴직·해고급여 지급이 이뤄진 작년을 제외하고 2019년과 비교해보면, 6042억원을 종업원급여로 지급했던 2019년 대비 19.6% 줄어든 4857억원만이 작년 종업원급여로 지급됐다. 종업원급여를 포함한 매출원가와 판관비의 합도 작년 3조4576억원으로 2019년 3조6210억원보다 4.7% 줄었다.

2019년 별도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13.7%를 기록한 후 작년 3.8%로 반등한 배경에는 이런 고통이 있었다. 물론 작년 국내외 대형 EPC 공정 초과 등 사업 측면에서 개선세를 보였던 것도 '정상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중요 요소였다.

◇수주 개선·원전 부활…이자보상배율 개선 '청신호'

숫자로만 냉정히 보자면 두산중공업은 아직 불안하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작년 이자비용은 2846억원, 영업이익은 8779억원으로 영업이익으로 충분히 이자 대응이 가능해보인다. 다만 이 영업이익 8779억원의 대부분은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실적이다. 작년 두산밥캣의 영업이익은 5202억원이다. 두산중공업 '별도'로 보면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작년 두산중공업의 별도 이자보상배율은 여전히 1배 미만이다. 사업보고서 상 작년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과 차입금 이자비용은 각각 1353억원, 1790억원이다.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두 배 이상 많다.




다만 올해 초 1조1500억원 규모의 대형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차입금 일부가 상환됐고 이자비용도 그만큼 경감될 전망이다. 여기에 작년 사우디 Yanbu 4 담수, 당진 LNG 저장탱크, 베트남 Vung Ang2 등 수주로 수주 잔고도 연간 매출액의 약 2.8년치를 보유하게 됐다. 작년 말 수주 잔고는 15조5289억원으로 2020년 말에 비해 13조8055억원이다.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수주잔고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매출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차기 출범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원전 최강국 건설' 공약도 두산중공업에는 희소식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핵심 기자재 분야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통해 원전사업으로부터 실적 기여가 이뤄진다면 실적변동성이 크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연간 매출 2000억원 내외, 영업이익 수백억원의 실적이 추가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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